전자업계,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업무 부담 증가에 직원들은 불만
[서울=뉴스핌] 조아영 기자 = #직장인 A씨는 종종 퇴근 후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향한다. 처리할 업무는 많은데 야근을 결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 회사는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직원들이 남아있지 못하도록 사무실을 소등해버린다. A씨나 동료들은 어쩔 수 없이 집이나 카페로 가서 남은 업무를 처리한다.
#직장인 B씨는 오늘도 '가짜 휴식'을 취했다. 이번에 맡은 프로젝트 때문에 추가근무를 했지만 근태관리시스템에는 '휴식' 시간으로 입력했다. B씨 회사는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시스템 상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전혀 줄지 않은 느낌이다.
오는 7월 근로기준법 개정안 적용을 앞두고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전자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범 운영을 통해 미리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근무시간만 줄었을 뿐 업무량의 변화는 없어 업무 부담만 늘어났다는 직원들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전자업계에 다니는 이모씨(27)는 "회사에서는 근무 시간은 줄였지만 막상 업무량은 52시간제 도입 전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는 시범 운영 기간으로 주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더라도 별도의 조치는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시범 운영 기간이고 문제점은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스이미지뱅크> |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야근 부담이 사라진 '저녁이 있는 삶'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금요일에는 오후 2~3시쯤 퇴근하기도 한다. 대부분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영업직군에서 일하는 김진호(28·가명)씨는 요즘 퇴근 후 미술 학원에 다니며 그림을 취미로 배우고 있다. 김씨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해졌다"며 "근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생산 현장은 대부분 4조 3교대 방식으로 근무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하루 8시간씩 일주일에 5일 또는 6일 근무를 한다. 추가 근무는 주 52시간이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 4시간까지 가능하다.
일부 생산직으로 일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추가근무 수당의 감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제조 공장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는 "업무 부담이 줄어서 좋지만 잔업으로 얻는 추가 수당이 줄어드는 것은 당장 걱정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 시행 시 제조업 근로자의 급여는 약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무직은 물론이고 생산직도 기존의 근무 방식으로도 주 52시간이 넘지 않지만, 긴 호흡의 집중적인 근무가 필요한 연구개발직은 고심이 많다"며 "시범 운영을 통해 방식을 정해가고 있다. 7월 개정법 시행 전에는 시스템이 자리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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