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데이터 유출 내 책임” 사과
페이스북 주가 4.5% up…상승폭 2년 래 최대
의원들 "인내심 바닥"…온라인 프라이버시 규제 예고
저커버그 "올바른 방향의 규제라면 받아들일 것"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세간의 이목이 쏠렸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청문회 첫날이 마무리됐다. 저커버그는 데이터 유출에 대해 사과했고, 상원의원들은 IT 대기업 전반에 대한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직 하원 청문회 일정이 남아 있지만, 페이스북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회복될 분위기다. 전문가들도 그가 이번 청문회에서는 큰 실수를 하지 않은 채 무난히 위기를 넘겼다고 평가했다.
10일(현지시각) 검은색 정장 차림에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한 저커버그는 5시간 동안 상원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을 소화했다.
저커버그는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페이스북의 신뢰 회복을 위해 애쓰며, 데이터 유출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은 페이스북의 정보 정책에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며 IT 기업 전반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오는 11일에도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청문회를 앞두고 있지만, 월가는 일단 그의 사과와 정책 설명에 대해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정규장에서 4.5% 뛰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크버그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핌> |
◆ “데이터 유출, 충분한 조치 못 한 탓”
역대급 청문회를 나은 페이스북 이슈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데이터 유출 논란이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지는 CA라는 데이터 회사가 페이스북에서 얻은 개인정보를 토대로 트럼프 캠프에 유권자 성향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케임브리지 대학 심리학 교수인 알렉산드르 코건에게 그가 개발한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thisisyourdigitallife)'라는 앱을 통해 사용자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코건은 획득한 정보를 CA에 건넸는데,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이 과정에서 5천만 명 이상의 이용자 정보가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저커버그는 수 년 전 발생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데이터 유출에 대해 “종료된 사건”이라고 생각해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FTC는 지난 2011년 페이스북과 개인 정보 공유에 대해 사용자들에게 알리도록 명령한 바 있다.
그는 페이스북이 지난 2015년 데이터 유출에 대해 처음 알게 됐고 CA측에 해당 데이터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후 페이스북은 CA가 데이터를 삭제했을 것으로 믿었는데 이 점이 실수였다며 “(데이터를 삭제했다는) CA측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또 ”가짜 뉴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증오 발언,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과 관련해 페이스북 기능들이 악용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데 우리가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는 적절한 개선 방안들을 반드시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IT업계 칼 겨눈 의원들
이날 미 상원 의원들은 데이터 프라이버시에서부터 러시아 개입 등 최근 논란에 대해 강도 높은 질문들을 던졌다.
저커버그가 거듭 해명과 사과를 했지만 의원 의원들은 페이스북 시스템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대형 IT 기업들에까지 규제를 도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정부 규제는 대형 IT 업체들이 수년 동안 로비를 통해 차단해 온 부분이며, 페이스북도 사용자 데이터 유출에 대해 거듭 사과해 온 부분이다. 하지만 주요 의원들은 이러한 대형 IT 기업들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면서 정부 규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척 그레슬리 법사위원장은 “현 상태로는 안 된다”면서 “의회가 프라이버시 기준 강화 여부와 그 방법에 관해 반드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에는 페이스북이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던 덕분에 규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지난 18개월 동안 페이스북의 사용자 정보 관리의 허점이 계속해서 드러나면서 규제 당국과 광고업계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됐다고 설명했다.
빌 넬슨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IT 업체들이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커버그는 정부 규제 가능성을 인지하면서, 효과적인 규제라면 기꺼이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어떤 것이 올바른 규제인지가 관건이라며, 데이터 사용에 관한 투명성 요구 등 규제가 가능할 카테고리 일부를 제시하기도 했다.
◆ 일단은 ‘합격점’
저커버그는 11일에도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청문회를 앞두고 있지만, 월가는 일단 그의 사과와 정책 설명에 대해 환영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 주가는 이날 정규장을 4.5% 뛴 165.04달러로 마감해 2년여래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질문을 던진 상원 의원들 대부분이 IT쪽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고, 업계를 잘 알고 있는 의원들이라 하더라도 질문 시간이 5분으로 제한 돼 저커버그가 답변에 곤란을 겪을 만한 순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직 청문회 일정이 절반밖에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일단은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WSJ도 일단은 저커버그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다만 페이스북과 저커버그에 대한 낙관론 거품이 쉽게 걷혀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