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45% 이상 대출자 비중 20% 달해..2004~2005년 주택 버블 형성기 수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상승 열기를 지속하고 있지만 집 가진 미국인은 울상이다.
주택 가격이 뛴 데 따라 모기지(주택 대출) 금액이 커질 수밖에 없고, 최근 금리 상승과 맞물려 채무 부담에 허리가 휜다는 하소연이다.
실리콘밸리의 고가 주택 <출처=블룸버그> |
미국 은행권은 대출 요건 완화 압박에 시달리는 등 부동산 시장 활황이 곳곳에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모기지 조사 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겨울 은행권이 집행한 주택 대출 가운데 월 소득의 45% 이상을 대출금 상환에 투입하는 대출자 비중이 20%에 달했다.
즉, 금융 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5%를 넘어서는 채무자의 비중이 전체 모기지 대출자 가운데 20%를 차지했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2007년 이른바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된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소득의 절반 이상을 부채 상환에 할애하는 가계의 주택 대출 비중은 2016년과 2017년 상반기 사이 세 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이른 데 이어 임금 상승이 본격화되자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주택 공급은 부족한 상황.
수급 논리에 따라 뛰는 집값을 소득으로 감당하기 힘든 주택 구매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출을 최대한 늘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해 모기지 금리가 올들어 가파른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국책 모기지 업체 프레디 맥에 따르면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지난주 4.40%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3.95%에서 상당폭 뛴 수치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 가격 상승이 미국 가계의 채무 부담을 크게 높였고, 일부 투자자들은 주택 매입 계획을 포기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소하니 라오 씨는 WSJ과 인터뷰에서 “약 1년 가량 주택을 매입하려고 했지만 몇 개월 전에 계획을 접었다”며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주택까지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모기지 조건을 완화하며 부동산 시장의 상승 기류에 편승해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혈안이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상황이 10년 전 주택 버블 붕괴 이전과 흡사하다고 경고했다. DTI 비율이 45~50%에 해당하는 대출자 비중이 2007년 기록한 고점인 37%에 크게 못 미치지만 버블이 걷잡을 수 없이 형성되기 직전인 2004~2005년 수준까지 뛰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