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비관론 7년래 최고, 자산운용사 대체 종목 갈아타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헤지펀드 업계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이 미국 IT 섹터의 하락 베팅을 크게 확대했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주요 기업의 악재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기술주가 뉴욕증시의 최근 급락을 주도한 가운데 주가가 바닥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페이스북 <사진=블룸버그> |
9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소(CFTC)에 따르면 투기거래자들의 나스닥100 지수 선물에 대한 하락 포지션이 상승 포지션에 비해 1만5800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두 가지 포지션의 간극만큼 하락 베팅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또 이번 수치는 지난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IT 섹터에 대한 투기거래자들의 비관론이 약 7년래 가장 높다는 얘기다.
불과 1주일 전 상승 포지션이 하락 포지션에 비해 1만7600건 높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투자 심리의 급랭이 다소 극단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개월 사이 S&P500 지수의 IT 섹터는 7% 이상 떨어졌다. 특히 이른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하락 압박이 두드러졌다.
관련 종목이 1개월에 걸쳐 급락을 연출하는 사이 ‘사자’에 무게를 뒀던 투기거래자들이 최근 1주일 사이 포지션을 급격하게 수정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리스크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유출 스캔들과 아마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비판 등 개별 종목의 악재로 인한 IT 종목 급락에 동요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이 무역전쟁 리스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양국의 관세 전면전은 IT 섹터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이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의 진단이다.
1분기 어닝 시즌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작지 않지만 미국이 중국과 최악의 무역전쟁을 벌일 경우 이에 따른 충격을 상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급망 교란에 따른 IT 업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데 투자자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IT 섹터에 대한 비관론은 헤지펀드뿐 아니라 자산운용 업계로 번지는 양상이다. CNBC는 펀드매니저들이 기술주 급락으로 인해 FANG을 대체할 종목을 발굴하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산 규모 27억달러의 퍼머넌트 포트폴리오의 마이클 쿠기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을 포함해 주요 IT 기업들의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의문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IT 비중을 줄이고 원자재와 산업재 섹터로 갈아타는 전략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서 상당수의 응답자들이 IT 대표 종목의 반전을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편 FANG에 포함된 4개 종목은 지난해 일제히 30%를 훌쩍 웃도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이로 인해 관련 종목의 과거 12개월 실적 기준 주가수익률(PER)이 약 22배에 달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