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하순 이후 신흥국 증시 하락 IT가 주도
지수 비중 약 28%, 10년 전 대비 3배 가까이 상승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신흥국 시장의 선수 교체가 두드러진다.
지난해까지 원자재가 지배했던 주가 등락을 IT 섹터가 쥐락펴락하고 있다.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을 필두로 IT 종목이 뉴욕증시의 급락을 주도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알리바바 <사진=블룸버그> |
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지난 1월26일 고점에서 6% 이상 급락했다. 같은 기간 8% 가까이 밀린 미국 S&P500 지수와 강한 동조 현상을 보인 것.
더욱 시선을 끄는 것은 뉴욕증시와 마찬가지로 신흥국 증시의 전반적인 약세를 이끈 것 역시 IT 섹터라는 점이다.
중국 텐센트와 알리바바, 한국의 삼성전자 그리고 대만의 반도체 업체 TSMC 등 대표 IT 종목은 MACI 이머징마켓 지수가 1월 고점을 찍고 하락한 사이 7% 급락했다.
지난 2년간 MSCI 신흥국 IT 지수는 80%에 가까운 랠리를 펼쳤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IT 섹터 상승률인 50%를 훌쩍 뛰어넘은 기록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5년 20.83%를 기록했던 신흥국 증시의 IT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27.7%까지 뛰었다. 10년 전 10%에서 세 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신흥국 증시 전반에 걸쳐 IT 섹터가 갖는 영향력이 대폭 확대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UBS의 바누 바웨자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기술주 섹터에 대한 투자 의견이 바뀌면 신흥국 증시 전체에 대한 의견이 바뀌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페이스북의 회원 정보 유출 스캔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아마존 때리기 등 개별 종목의 악재에서 비롯된 뉴욕증시의 IT 섹터 하락이 신흥국의 기술주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주요 증시의 IT 섹터 동반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신흥국의 주가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애플의 자체 반도체 칩 생산 계획 및 중국과 미국의 IT 관세 맞불 등이 신흥국 관련 종목의 수익성을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MSCI 신흥국 IT 지수의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률(PER)은 13.8배로 20배를 웃도는 뉴욕증시의 IT 섹터와 커다란 간극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신흥국 IT 섹터의 탈동조화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뉴욕증시와 달리 신흥국 IT 섹터의 경우 경기민감주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제 성장에 흠집이 낼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펀더멘털 측면의 타격이 크다는 얘기다.
다만, 최근 신흥국 투자자들의 IT 종목 매도가 무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블루 웨일 캐피탈의 스티븐 유 최고투자책임자는 투자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같이 IT 기업들을 몰아세울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며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동반 급락한 IT 종목은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