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기획사에 넷마블 2000억·네이버 1000억 투자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M' 활용...SKT 4자 제휴로 콘텐츠 확보
[ 뉴스핌=성상우 기자 ] 이동통신사와 포털, 게임사 등 정보통신(ICT) 기업들의 'K팝 모셔가기' 경쟁이 한창이다. 국내 아이돌 그룹이 글로벌 대중문화 시장에서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으면서 K팝을 해외 진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음원 플랫폼을 비롯, 메신저와 연동된 음원 서비스 등 회사별로 다양한 'K팝 신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사 넷마블(대표 권영식·박성훈), 이통사 SK텔레콤(사장 박정호), 포털사 네이버(대표 한성숙)와 카카오(대표 조수용·여민수) 등이 자사 서비스에 K팝을 접목한 신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넷마블은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BTS 월드'를 오는 2분기 중 출시한다.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등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힌다는 복안이다.
넷마블 출시예정작 'BTS월드' <사진=넷마블> |
앞서 넷마블은 지난 4일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2014억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 2대 주주가 됐다. 금액이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40%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다. 넷마블이 K팝 및 엔터테인먼트 기반 신사업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주주총회에선 사업 목적으로 '음원 제작, 유통, 판매 등 관련사업'을 추가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K팝 음원 제작 및 유통 관련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작 게임 'BTS 월드'에 삽입된 방탄소년단의 신규 음원을 별도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역시 K팝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대형 연예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JYP,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음악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SK텔레콤 입장에선 지난 2013년 '멜론'을 매각한 이후 5년만에 다시 음원 시장에 진출한 셈이다. 현재 자회사 '아이리버'가 제휴사들의 음원 유통을 맡는 방식의 신사업을 구상 중이다. 음원 플랫폼에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를 연동하고, AI 기반 추천 및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한 K팝 콘텐츠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양대 포털사 네이버와 카카오도 K팝의 인기를 활용하기 위한 글로벌 사업 확대에 본격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달 YG엔터테인먼트의 K팝 음원을 일본 내 자사 음원유통 서비스 '라인 뮤직'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팝과 메신저를 결합한 형태의 음원서비스로 아시아 최대 콘텐츠 시장인 일본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3월 네이버는 YG에 총 1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 2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카카오 역시 그동안 내수 기반 서비스였던 '카카오톡'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 첨병으로 'K팝'을 선택했다. 해외 시장에서 이미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K팝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에 담아내는 방식으로 글로벌 진출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K팝 음반 유통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자회사 '카카오M'의 음악콘텐츠 사업부문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M 내의 사내회사(CIC) 형태인 '음악콘텐츠컴퍼니'는 지난해 방탄소년단, 아이유, 볼빨간사춘기 등의 앨범을 유통하는 등 K팝 콘텐츠 비즈니스 영역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K팝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통 채널 '원더케이'를 보유한 점도 카카오의 글로벌 사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ICT 기업들이 K팝 콘텐츠 확보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미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고 향후 발전 가능성도 크다는 점 때문이다. 내수 기업인 SK텔레콤과 카카오는 해외 진출시 현지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사업 성공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 주목한다. 넷마블은 완벽하게 공략하기 힘들었던 북미 시장 공략에 현지 인기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을 활용하는 모양새다. 4억명의 이용자가 쓰는 '라인' 메신저를 보유한 네이버 역시 아시아에서의 플랫폼 지배력 강화를 위해 K팝이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ICT 기업들이 추진하는 신사업의 공통 방향은 '플랫폼'을 선점하고 확대하는 것"이라면서 "플랫폼 선점은 이용자의 습관을 지배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수단으로 전 세계 이용자들이 습관적으로 소비하는 음원 콘텐츠를 낙점한 셈. 이 맥락에서 우수한 퀄리티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K팝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