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시스템 오류..조사후 검사 착수"
[뉴스핌=최주은 기자] 삼성증권이 총발행 주식(8930만주)보다 31배나 많은 주식(28억주)을 직원들에게 배당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배당금을 지급과정에서 ‘1000원’이 아닌 ‘1000주’를 입금하는 실수를 범했다.
지난 6일 삼성증권은 ‘원’을 ‘주’로 잘못 입력해 28억3162만주, 112조7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직원들 증권계좌로 지급했다. 주당 1000원을 입금해야 하지만 주당 1000주(4000만원 상당)를 배당했다. 지난해말 기준 우리사주는 283만1620주(3.17%)로 우리사주 전량 1000주씩 배당했다고 가정한 수치다.
많게는 수백억원대 주식을 받은 삼성증권 일부 직원은 이를 곧바로 시장에 내다 팔았다. 매도 물량은 총 501만2000주로 2000억원 규모다. 전체 발행주식 수(8930만 주)의 5.6%에 이르는 물량이 시장에 한번에 풀리면서 이날 오전 삼성증권 주가는 전일 대비 11% 가량 급락했다.
일각에선 전체의 5% 물량으로 11% 장중하락했는데 삼성증권이 더 늦게 대응했더라면 더 많은 물량이 나와 시장충격은 더 컸을 것으로 지적한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번 사고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직원의 단순 입력 실수”라고 해명한다. 이어 “사고 원인과 전산 프로세스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과 재검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삼성증권의 조사를 좀 더 지켜본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7일 뉴스핌과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거래”라며 “내부 시스템이 잘못됐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여러 증권사들을 살펴본 뒤 검사에 착수한다든던지 후속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투자 사이트 등에서는 삼성증권 직원의 단순 입력실수나 도덕적 해이보다 전산으로 자본금보다 수십배 많은 주식을 허위로 찍어내고 이를 시장에 유통시켜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에 문제기를 제기한다. 즉 삼성증권 직원의 입력 실수라도 발행주식의 31배나 배당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자신의 것이 아님을 인지했으면서도 일부 직원이 주식을 매도해서다. 대량 매물이 시장에 출현하며 악재를 우려, 손절매에 나선 투자자들의 소송전도 예상돼 삼성증권의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