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한국오페라 역사가 70주년을 맞았다. 1948년 '라 트라비아타'를 처음으로 꾸준히 크고 작은 오페라 공연이 이어져온 가운데, 4월에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소개한다.
◆ 이번 주말만 즐길 수 있는, 프랑스오페라 '마농'
프랑스 작곡가 마스네의 대표작인 '마농'은 국립오페라단이 2018년 첫 번째로 소개하는 작품으로, 귀족 출신의 데 그리외 기사와 평민 출신의 소녀 마농의 사랑을 그리는 작품이다.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의 자서전적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사치와 향락, 화려한 삶을 동경하고 오직 사랑과 유희만 욕망하는 젊고 매혹적인 마농의 짦고 뜨거웠던 삶과 그녀의 변화무쌍한 심리적 갈등이 마스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프랑스 오페라 미학의 절정으로 꼽히는 '마농'은 총 5막의 그랜드오페라이자, 오페라코미크의 대표작이다. 특히 규모가 방대하고 작품 특유의 예술적 뉘앙스를 완성도 높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 국내 무대에서 자주 만나기 어려웠다. 전막 공연은 1989년 김자경오페라단 이후 29년만에 처음이다.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 프랑스 연출가 뱅상 부사르와 함께 '마농' 역은 루마니아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와 손지혜, '데 그리외' 역은 스페인 출신 테너 이즈마엘 요르디와 국윤종이 맡는다. '마농'은 오는 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 새로운 시공간으로 재탄생된 명작 '투란도트'
올해는 한국오페라 70주년과 함께 푸치니 탄생 160주년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해 서울시오페라단이 1985년 창단 이래 처음으로 오페라 '투란도트'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 공연은 '당인리발전소(현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모티프로, 문명의 파괴가 휩쓸고 간 미래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꾸며진다. 연출가가 극의 시대 배경, 분위기, 결말 등의 요소를 바꾸는 '레지테아터(regietheater)' 형식으로, 이번 발상과 시도는 그간 해외 오페라계에서도 흔치 않아 신선하고 파격적인 무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칼라프 왕자가 기계문명의 파괴와 재앙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채, 빙하로 뒤덮인 생존자들의 땅에서 공주 투란도트와 조우하는 설정이다. 관객들은 투란도트의 3가지 수수께끼를 칼라프 왕자와 함께 풀어가는 가운데, 각자 처한 현실 속 문제에 도전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소프라노 이화영과 이윤정이 '투란도트' 역, 테너 한윤석과 박지응이 '칼라프' 역, 소프라노 서신영과 신은혜가 '류' 역을 맡는다.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 오페라계의 셰익스피어, 베르디의 대표작 '가면무도회'
2018년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개최되는 가운데, 개막작으로 라벨라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가 공연된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국내 오페라단에게 안정적인 공연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오페라 발전을 지원하고자 2010년부터 시작됐다. 수준 높은 오페라 공연을 저렴한 가격에 관람할 수 있도록해 음악 인구 확산에 기여하고 종합예술로 불리는 오페라 매력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나 올해는 한국오페라 70주년을 맞아 더욱 대중에게 다가가고 소통하고자 한다.
오페라계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작곡가 베르니의 '가면무도회'는 '구스타프 3세의 암살사건'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모태로 한다. 이번 라벨라오페라단의 공연에서는 기존의 비극적인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소프라노 중심에서 벗어나, 독보적이고 새로운 남성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자신의 속마음을 감춘 채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 내면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짜임새 있는 무대 구성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선보인다. 18세기 당시 유럽 무도회 현장의 모습과 의상, 소품 등을 그대로 재현한 화려한 무대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