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하나금융지주, 지배구조 불확실성 확대
은행업종 지수 연 고점 대비 15%↓
[뉴스핌=이광수 기자] 은행주가 1분기 호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주저앉고 있다. 연초 금리인상 기대감에 상승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등은 최고경영자(CEO)리스크가 불거지며 연일 최저점을 기록중이다. 또 최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며 당국의 금융권 규제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은행 업종 전체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은행업종 지수는 293으로 올해 1월 고점(346) 대비 약 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업종 대장주 KB금융은 종가기준으로 15.4%, 하나금융지주는 23.4% 각각 하락했다. 이는 이 기간 코스피 지수(-3.90%) 조정폭 대비 큰 폭이다.
2018년 은행업종 지수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
특히 업종 대장주인 KB금융의 경우 1분기 순이익 9000억원대로 역대 최대실적을 예상돼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주가 흐름은 이례적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출금리 인하 압력 등 규제 분위기가 지속된 데다 채용비리 이슈로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윤종규 회장의 사무실이 압수수색된 지난 2월 6일에는 KB금융의 주가는 5% 하락했고, 그 이후 사흘 연속 하락했다. KB금융은 지난 4일 장중 5만6700원에 거래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지난 5일 장중 한 때 4만800원에 거래되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2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2013년 하나은행 채용 비리에 관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국채금리 하락과 채용비리 관련 CEO리스크 부각에 따른 외국인 매도로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순이익 5700억원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호실적을 보여줬다.
DGB금융지주의 경우 연 고점 대비 9.9% 하락했다. 다만 지난달 말 채용비리 의혹과 개인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나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수급적으로 은행주 하락을 주도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한 달(3월5일~4월5일)동안 하나금융지주를 1129억7000만원(전체 매도 중 47.9%)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의 경우 외국인이 2292억1000만원(전체 매도 중 54%)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에 대한 시장 일각의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전배승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김기식 원장의 정책성향은 금융회사 이익보단 금융소비자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가산금리와 수수료 규제가 강화되고, 가계부채 관련 역할분담 확대 등 조치가 예상 가능하다"며 당국의 규제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 주가가 저점부근으로 봤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에 내제된 할인율이 높아졌다"며 "예상보다 양호한 순이자마진으로 ROE(자기자본이익률)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을 고려하면 은행 업종의 주가는 지금이 저점"이라고 평가했다. 최정욱 연구원은 "지배구조 관련 투자심리는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판단된다"라며 "1분기 실적이 양호하고 일부 시중은행들의 PBR(주가순자산배율)이 0.5배를 밑돈다는 점에서 단기적 접근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