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촌철살인 ‘말맛’의 달인 감독과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코미디 장르까지 섭렵한 베테랑 배우. 시작부터 기대치를 올렸던 둘의 만남이 역대급 시너지를 냈다. 감독은 적재적소에 개성 강한 엇박 코미디를 넣었고, 배우는 기꺼이 그의 세상에 흡수돼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려냈다.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이야기다.
배우 신하균(44)이 신작 ‘바람 바람 바람’을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이병헌 감독과 함께한 이 영화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 뒤늦게 ‘바람’에 눈을 뜬 매제 봉수(신하균), SNS 중독 봉수 아내 미영(송지효) 앞에 치명적 매력의 제니(이엘)가 나타나면서 꼬이는 상황을 그린 어른 코미디.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Muzi v nadeji, 2011)’이 원작이다.
“원작과는 많이 다르죠.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크다 보니 우리나라에 맞게 각색이 많이 됐어요. 물론 여전히 소재는 부담스러울 수 있죠. 하지만 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욱이 우리 영화가 이 소재를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요. 출연하는 입장에서 전 이 영화를 장르적으로, 코미디 영화로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를 가장 고민했죠. 모든 영화가 그렇듯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층은 따로 있고, 우리 영화는 중년의 기혼자들이 아닐까 해요.”
신하균의 말처럼 ‘바람 바람 바람’은 기혼자, 특히 중년의 기혼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미혼자라고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소재가 소재다 보니 공감 정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지점은 신하균 역시 후자에 속한다는 거다.
“그죠. 저 역시 공감을 다 하긴 힘든 이야기에요. 안 가봤으니까, 미혼이니까(웃음). 그래서 배우의 상상력으로, 또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접근했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소재도 그렇고 캐릭터 특징상 특히 봉수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더라고요. 다행히 봉수가 능수능란하게 바람을 피우는 캐릭터가 아니라 아슬아슬하면서도 서툴고 철없는, 어른답지 못한 모습이 있었죠. 그래서 코미디적인 표현으로 이런 캐릭터가 존재할 수 있겠다고 이해했어요.”
연기할 때도 이 코미디적인 부분에 힘을 줬다. 촬영은 그가 자신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면 이병헌 감독이 첨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언급했듯 특유의 호흡이 있는 감독인지라 주로 테크닉적인 부분에서 첨언이 이어졌다.
“자칫하면 밉상 캐릭터라 귀여운 모습을 담고자 한 거죠. 그래서 감독님도 만화적인 표현, 표정들을 원하셨고요. 물론 처음에는 하면서도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의심이 들었죠. 근데 그것들이 쌓이다 보니까 봉수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이런 톤과 호흡으로도 완성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아무래도 감독님이 당연한 연기, 일반적 리액션과 호흡을 좋아하지 않으시다 보니 새로운 모습이 만들어지는 듯해요. 개인적으로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고요.”
마지막 질문은 심경의 변화. ‘바람 바람 바람’에 앞서 ‘7호실’(2017) ‘올레’(2016), 최근 몇 년간 유독 코미디 장르에만 집중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 여겼다. 원래가 코믹 연기에 특출난 배우이긴 하나 연이어 이 장르를 내놓는 건 또 오랜만이다.
“늘 그랬듯 특정 장르에 관심을 두고 한 건 아니에요. 그냥 들어오는 작품 중에 마음에 든 걸 선택하는 것뿐이죠. 늘 어떤 작품을 볼 때도 전체적인 그림을 생각해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죠. 장르 영화, 특히 코미디 영화의 경우에는 또 그 특유의 감각이나 독특함에 재미가 있으면 흥미를 느끼고요. 차기작은 영화가 될 듯해요. 드라마는 계획이 없고 지금 출연을 조율 중인 영화가 있죠. 그 전에 이병헌 감독님 신작 ‘극한직업’에 우정 출연하기로 했고요. 결혼이요? 제 답은 항상 똑같아요. 하면 하는 거고 아니면 그냥 이렇게 나이 드는 거죠(웃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