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측, "성윤리위 조사 후 조치..사과 강요는 위헌"
총학생회 "진상조사 불신..즉각 파면·즉각 사과"
[뉴스핌=박진범 기자] ‘미투(Me too : 나도 당했다)’ 비하와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하일지(본명 임종주·63) 교수의 사표가 보류됐다. 학교측은 진상조사 후 조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은 “진상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26일 동덕여대에 따르면 하 교수가 지난 19일 제출한 사직서는 일단 보류됐다. 학교측은 성윤리위원회를 열고 사실여부를 파악한 후 규정에 따라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동덕여대 학생처장은 총학생회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하일지 교수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심정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공개사과 강요는 법률적으로 명백한 위헌이므로 이를 어길 경우 학교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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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임종주(필명 하일지)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가 지난 19일 오후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진상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종화 총학생회장은 “조사에 학생회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없다. 내용도 공유 받지 못한다”며 “진행상황을 일일이 물어봐야 겨우 대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즉각 파면·즉각 사과’의 기존 입장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하일지 교수가 총장이랑 친분이 있다고 들었다”며 “학교가 소극적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고 걱정했다.
총학생회는 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학교 측에 교내 인권센터 설립과 하 교수의 파면조치 등을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문예창작과 학생회 역시 즉각파면과 공개사과를 요구할 방침이다.
하 교수는 지난 14일 문예창작과 1학년 ‘소설이란 무엇인가’ 강의에서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폭로자 김지은(여·33)씨를 언급하며 '욕망이 있을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가 공분을 샀다.
미투 운동과 관련해서는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이 “처녀(점순)가 순진한 총각을 성폭행한 내용”이라며 “얘(남자 주인공)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발을 불렀다. 뿐만 아니라 최근 동덕여대 재학생 A씨는 2016년 2월 하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하 교수는 논란이 커지자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학생들의 사과 요구에는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이번 학기 하 교수가 담당하는 수업은 모두 외부 강사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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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인문대 건물 벽면에 붙은 하일지 교수 규탄 벽보 <사진=박진범 기자> |
[뉴스핌 Newspim] 박진범 기자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