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비정규직 정책 TF' 운영
비정규직-정규직 차별시정제도 개편방안 논의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정보제공청구권' 신설 방안이 비정규직 노조의 힘만 키워 결국엔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형평성 논란을 불러와 둘 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해당 부처는 현재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비정규직 정책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시정제도' 개편방안을 논의중이다.
차별시정제도는 비정규직(기간제·단시간 근로자·파견근로자)이 '동종·유사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통상근로자·사용사업주의 근로자)과 비교했을 때 불합리한 차별을 받으면 이를 시정해 달라고 각 지역노동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는 권리다.
세종정부청사 고용노동부 전경. <사진=뉴스핌DB> |
정부의 차별시정제도 개편방안 중 하나가 '임금정보제공청구권'으로, 임금정보제공청구권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임금 등 근로 조건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사측에 비슷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의 임금 내역을 알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비교대상 노동자의 임금 등 정보제공청구권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임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이번 방안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노동자의 임금을 다른 개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건 엄연한 개인정보 침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통용되는 연봉제는 회사와 직원간 계약서를 작성해 임금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밀규약을 작성함에도 불구하고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이 가지만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임금 공개 부분은 개인정보나 자율권 침해 등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더욱이 성과에 따라 임금을 보상받는 연봉제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특히나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엄연히 채용방식이 다르고 업무성과도 다를 수 있는데, 유사한 업무를 한다고 동일한 임금을 받는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의 임금을 공개하면 비정규직 역시 동일한 임금을 주장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규직들의 임금 공개가 비정규직들과 정규직 노조간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조 모두 사측과 임금협상 및 복지후생 개선 등을 목적으로 결성됐는데 어느 한쪽의 주장만 수용하게 되면 결국 노노간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노조 한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권익실현이라는 큰 틀에서 움직이는 하나의 노조가 임금문제 등으로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게 되면 결국 노노간 갈등으로 확산될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보제공청구권 신설과 관련해 개정법률안 마련 등을 준비하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나 추진일정은 확정된 바 없다"며 "연내 입법도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