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명목상의 권한에 그친 이른바 ‘얼굴마담격’ 총리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을 수 있는 책임총리제의 실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경제부처를 비롯한 공직사회도 책임총리제로 인한 권력형 외풍을 막고 각 행정부의 중심을 잡아줄 코디네이터 역할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22일 청와대가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의 권력구조와 관련한 사항’을 보면, 현행헌법의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 행정 각부를 국무총리가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책임 총리’ 구현이 담겼다.
그 동안 정부형태가 개헌안에 포함된 배경에는 1987년 개헌을 통해 채택됐던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적 평가 때문이다. 5년 단임으로 인한 대통령의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막강한 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사실상 미흡했다.
대통령의 권력남용이나 권력형 부패가 반복된 데다, 박근혜 탄핵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의 갈림길에 합세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은 늘 문제로 지적돼 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지난 21일 대통령 개헌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책임총리제’ 도입은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여야가 공약한 사항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부통령 대신 국무총리 직책을 두고 있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정의 2인자로 통하며 행정부를 통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통령을 견제하거나 업무를 명료하게 분담, 수행할 수 있는 분권형 국정운영 능력이 없어 ‘얼굴마담형 총리’라는 꼬리표가 따랐다.
이번 개헌안처럼 대통령의 명령 없이도 행정 각 부를 통할할 권한이 국무총리에게 주어질 경우 국무총리의 권한을 일일이 열거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국무총리의 역량과 판단으로 행정 각 부를 통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개한 ‘개헌 관련 여론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개헌 투표 시점과 관련해서는 올해 지방선거 때 동시실시하자는 견해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안정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됐다”며 “국민헌법자문위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현행 5년 단임제보다는 4년 연임제에 동의한 비율이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개헌관련 국민의식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9.8%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거나 견제장치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찬성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 집단의 경우는 찬성비율이 88.3%로 훨씬 더 높게 나온 상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가운영에 필요한 국가 조직이 대통령에 의한 모든 권한으로 행정부를 이끌고 있다”며 “지도자가 권력을 남용할 경우 그 지시를 어쩔 수 없이 수행해야하는 영혼없는 공무원 질타를 우린 경험해왔다. 무엇보다 국정에 위기 때 국면전환용으로 국무총리를 교체하는 경우를 봤지 않았냐. 책임총리제는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는 “책임총리제 실현은 즉, ‘인사제청권’의 제대로 행사하느냐에 있다”면서 “BH가 결정하고 행정부가 집행하는 식에서 벗어나 내각과 국무회의가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될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경제부처를 포함한 행정부에 적잖은 변혁보단 더 탄탄한 내치의 실현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본다”면서 “책임총리제가 실현될 경우 권력형 외풍을 막고 각 행정부의 중심을 잡아줄 코디네이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부총리 권한과 대치될 우려도 있어 균형감있는 조정능력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