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지속되면 가능성 낮아
[뉴스핌=문형민 금융부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1일(현지시간) 올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기존보다 0.25%포인트 올렸다. 예견된 인상이라 파장은 그리 크지 않다.
태평양 건너 대한민국에선 다른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연 1.5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만이다.
금리는 돈 값이다. 금리가 높아졌다는 건 돈 값을 더 쳐준다는 얘기다. 돈 값을 더 쳐주는 곳으로 돈이 이동하는 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 이래서 자본 유출 우려가 나오는 것.
그렇지만 한국과 미국간 자금 이동을 얘기할 때는 환율이라는 변수도 감안해야 한다. 환율 역시 돈 값이다. 강세인 통화로 자금이 이동하는 게 이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달러도 강세라면 한국에 투자한 자금이 옮겨갈 수 있는거다.
문제는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달러가 약세라는 것. 이번 금리 인상에도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74% 떨어졌다. 달러를 제외한 다른 주요국 통화 즉, 일본 엔화나 유로화 등 가치는 올랐다.
원화 가치도 올랐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063.5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왑포인트(-1.35원)를 감안하면 전거래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072.30원)와 비교해 7.45원 하락한 것.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도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7.3원 내린 1065.0원으로 개장한 후 개장가 전후에서 거래됐다.
환율까지 감안하면 한미간 금리 역전이 곧 자본 유출로 이어질 위험은 상당히 낮은 셈이다. 앞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하거나 원화가 급격히 약세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이런 우려는 기우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금리를 올려도 달러화 가치는 오르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을 유발하고 있다. 좀 더 정치적으로 말하면 지난 대선에서 자신에게 표를 몰아줬던 '러스트 벨트'를 살리기 위해 무역전쟁을 불사하고 달러 약세도 선호하는 것.
관세 인상으로 인해 관련 기업이 이득을 보겠지만 미국 경제 전체적으로는 더 큰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관세정책의 순효과는 외국의 보복을 생각하기 이전에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 후 기자회견에서 "몇몇 위원들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얘기했으며, 이들은 무역정책이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무역전쟁이 경기 전망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상황이 개선됐지만 유럽 등 다른 나라 국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수준이란 것.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고용 상태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 규모를 늘리는 것도 이유다.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달러가 글로벌시장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한미간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보다 금리 상승에 따른 과도한 가계부채, 한계에 이른 중소기업 영향과 보호무역 리스크 등에 신경쓸 때다.
[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금융부장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