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없어 폐업하는 중소기업 매년 3만개…절반은 '흑자'
[뉴스핌=김은빈 기자] "앞으로 3년 안에 찾지 못한다면..."
엔도 유키오(円戸幸雄) 사장이 1989년 사이타마(埼玉)현에 창업한 산쿄기켄(三協技研)은 뛰어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회사다.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포장재를 만드는 라미네이트 가공이 전문으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자랑하는 건축 완충자재는 대형 건설사들이 전량 구매해 별도의 영업이 필요없을 정도다. 상품들의 판매추세는 증가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엔도 사장에겐 고민이 있다.
회사의 미래를 맡아줄 후계자가 없다는 점이다. 딸이 3명 있지만 각자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 나갔다. 10년 전부터 거래처들을 수소문해 우수한 사원들을 후계 후보로서 교육을 시키기도 했지만, 정착한 사람은 없었다.
중소기업의 사장은 영업부터 개발, 제조 등 전 단계에 거쳐 세세한 부분을 파악해야 한다. 게다가 엔도 사장은 주택 뿐만 아니라 토목, 금속, 식품, 화학 섬유 등 다양한 거래처의 고민을 파악하고 독자적인 기술제안을 해 영업을 넓혀왔다. 이 같은 일을 후계자가 담당하기란 간단하지 않다.
회사를 매각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거래처에서 "독립경영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만뒀다. 거래처들은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스킨십'이 있는 거래가 힘들어질까 걱정하고 있었다.
엔도 사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3년 안에 후계자를 찾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22일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중소기업이 뒤를 이어줄 후계자가 없어 폐업에 몰린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중소기업 경영자의 연령분포에서 가장 많은 나이는 47세에서 66세로 고령화됐다. 2020년엔 수십만명의 단카이 세대(団塊の世代·베이비붐 세대) 경영자가 은퇴하게 된다.
한 대형은행 간부는 "중소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사장'에게 있는 경우가 많고, 그게 창업자인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며 "후계자를 구하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가업'의식이 희박해진 데다, 저출산이 겹치면서 후계자 대책이 없는 중소기업은 많다. 현재 경영자가 60세 이상인데도 후계자가 결정되지 않은 중소기업은 일본 기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27만개사에 달한다.
후계가 없어 폐업을 하는 기업의 절반은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으로, 2025년까지 650만명의 고용과 22조엔의 국내총생산(GDP)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 도쿄 상공리서치에 따르면 현재도 매년 3만개의 기업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휴업이나 폐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근교에서 판금회사 사장을 맡았던 한 여성(60)은 지난해 봄 친오빠가 약 40년 전에 창업한 판금속 가공회사를 접었다.
해당 기업은 정밀가공기술로 높게 평가받아, 신칸센(新幹線)의 차체에도 사용됐었다. 그녀는 2011년 오빠가 갑자기 사망한 뒤 사장을 맡았다. 돈 관리나 잘못된 거래방식을 수정해 취임 3년 차에 빚이 없는 무차입 경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오빠의 외아들이 뒤를 잇는 대신 다른 길을 걸었고, 고참 직원도 후계자가 되길 거부했다. 그녀는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거래처들은 "같은 품질의 물건을 조달할 수 없게 된다"고 걱정했다. 폐업한다면 업계의 부품공급망이 끊길 수 있다. 그녀는 '기술'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동업자와 협의해 회사의 설비, 노하우, 종업원을 양도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기계설비를 팔아 폐업했다면 수속도 간단하고 많은 돈을 남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업을 양도해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성은 "회사를 만들어 경영하는 건 우리들이지만, 그 회사를 키우는 건 사회이니까요"라고 말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