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에 투자 못해
개인투자자, 짧은만기와 4%대 중반 금리에 매력 ↑
[뉴스핌=김지완 기자] ㈜두산이 최근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500억원 발행에 1370억원이나 몰리고, 금리도 시가평가보다 낮았다. 이 같은 성공 뒤엔 고금리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민간신용평가 3사는 ㈜두산의 신용등급을 A-등급,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관투자자들은 이 회사채 인수를 꺼린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두산은 지난 16일 2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 어치를 연 4.773% 금리로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시가평가 수익률 4.818%보다 낮은 수준이다. 두산이 시가평가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2012년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또 수요예측에 1370억원이나 몰리면서 두산 회사채 발행 역사상 최고 경쟁률(2.74대1)도 기록했다.
◆ 기관참여 저조...내부심사 통과 어렵고 문제 산적
㈜두산 회사채 발행에 기관투자자의 참여는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주 SK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신용등급 전망도 네가티브(Negative, 부정적)이기도 하고, 최근 불거진 여러 이슈가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투자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또 기관 내부심사를 통과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두산의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7000억대 변상위기에 몰렸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1일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의 매각 불발을 두고 두산인프라코어와 FI(미래에셋 프라이빗에쿼티(PE), IMM PE, 하나금융투자 PE)와의 2심 소송에서 FI의 손을 들어줬다.
FI들은 2011년 DICC의 기업공개(IPO)를 확약받고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IPO가 무산되자 2015년 11월 소송을 냈다. 증권가는 대법원 소송결과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최대 7090억원을 변상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두산의 계열사 지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은 두산그룹의 사업지주회사로 자체 사업실적 및 재무는 양호하나 그룹 전반의 재무부담이 과중한 상태"라면서 "두산건설 등 계열사 지원을 거의 전담해 온 두산중공업의 재무여력이 약화되면서, 두산의 계열지원부담은 늘어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국내 탈원전·탈석탄에 따른 두산중공업의 사업기반 악화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지분 41.28% 보유중이다. 두산중공업은 다시 두산건설 지분 75.50%,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8% 보유하고 있다.
◆ "부도 안나며 삼성전자 채권이나 두산 채권이나 매한가지"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고금리에 짧은 만기를 제시한 두산 회사채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판단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전 세계적인 인프라투자로 두산인프라코어 실적은 상당기간 좋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면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6000억원, 당기순이익 3000억원 기록해 신용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산중공업 역시 원자력발전소 주기기를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라서 부도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짧은 만기에 신용위험 부담도 크지 느끼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김선주 연구원은 "개인들은 만기상환이 가능하면 중간에 등급이 내려가더라도 끝까지 들고가면 만기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또 두산그룹의 높은 인지도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