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空·Zero'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마크 브루와 김보라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주한영국문화원> |
[뉴스핌=황수정 기자] 시간, 공간, 몸. 모든 것이 0이 된다면 우리 또안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 '공·空·Zero'는 다름에서 같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폐막 공연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공·空·Zero' 하이라이트 시연과 함께 간담회가 이어졌다.
이번 공연은 주한영국문화원(원장 마틴 프라이어)이 1년간 진행해온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폐막행사이자, 2018 평창 패럴림픽 계기 문화올림픽 사업 '페스티벌 아름다름:아름다운 다름'의 메인 프로그램 중 하나다.
'공·空·Zero'는 영국의 대표적인 예술공연단체인 마크 브루 컴퍼니의 예술감독 마크 브루(Marc Brew)와 한국의 안무가 김보라의 무용 신작이다. 공통된 관심사인 제한, 몸, 시간을 중심으로 5주간의 리허설을 통해 서로 발견한 새로운 신체적 언어, 시각적 요소, 음악을 통해 시간과 공간, 신체 모든 것들을 영(0), 비어있는 상태로 돌려놓고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에서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아트프로젝트보라의 예술감독 김보라 <사진=주한영국문화원> |
김보라는 "5가지 장면으로 연결된다. 다름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같음으로 끝날 수 있는, 최소 단위 0으로 끝난다"며 "몸, 공간, 시간이라는 개념을 갖고 작업했다. 즉흥적으로 자연스러운 몸을 발견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짜여진 작품이 아닌 계속해서 즉흥으로 행해지는 그대로를 픽스하는 방법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마크 브루는 "전통적인 무용 훈련을 받았지만 21년 전에 장애를 가지게 됐다. 전형적인 무용 시설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스스로 무용수에 대해 다시 정의를 해야 했고, 무용 방식도 찾아야 했다. 전형적이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공연을 보면서 이 무용도 전형적인 춤으로 여겨졌으면 좋겠다"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바위처럼 보이는 커다란 오브제는 물론, 휠체어, 의자, 옷, 모자 등을 사용한다. 김보라는 "무겁게 보이지만 대기 중에 뜰 수 있게 만들었다. 공간 자체를 0이라는 최소 단위로 만드는 연출이다. 물체가 저희의 에너지로, 감각으로, 힘으로 0의 공안에서도 움직인다. 공간을 환상적으로, 판타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오브제 이름은 제이슨, 휠체어 이름은 에바"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국 예술공연단체 마크 브루 컴퍼니의 예술감독 마크 브루 <사진=주한영국문화원> |
작품 속 두 안무가는 같지도 다르지도 않고, 같고 다름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보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컬래버는 처음이다. 그러나 나도 장애가 많은 사람이다. 장애를 떠나 다른 사람과 공동작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과정이다. 말로 하거나 사고를 공유하는 건 부딪히기도 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몸으로 움직일 때는 성찰의 느낌처럼 모든게 해결된다. 언어보다, 경험보다, 그 이상이 있음을 배우게 됐다. 함께 하면서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됐다. 다름에서 존재하는 같음을 느꼈고, 다름 또한 다르다는 것보다 새롭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마크 브루 또한 "다른 예술가들과 협업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작업을 통해 한국 문화에 빠져들 수 있었고, 문화 차이 또한 빠져들 수 있었다"며 "2년 전에 만났을 때 김보라 안무가의 기존 작업 진행 과정, 작업의 미학을 상당히 좋게 봤다. 함께 하면서 얻은 것도 많다. 스튜디오에서 매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떤 새로운 것을 맞이하게 될 지 기대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공·空·Zero'는 오는 17일 오후 8시, 18일 오후 4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18일 공연 후에는 30분간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