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500여명 우생보호법으로 강제 불임수술 피해
피해자·전문가 "단순히 지자체 자료조사에 그쳐선 안돼"
[뉴스핌=김은빈 기자]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구 우생보호법(1948~1996) 문제에 대해 전국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5일 보도했다.
피해 당사자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입장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단순한 자료조사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생보호법은 장애인이나 유전 병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강제로 불임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지난 1948년 제정됐다가 인권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1996년 폐지됐다. 일본에선 1만5600여명의 장애인이 이 법에 의해 강제 불임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장애인 단체와 피해자들이 피해 보상과 실태 규명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당시엔 적법했다"며 응하지 않고 있었다.
구 우생보호법 <사진=NHK> |
"제소를 통해 국회와 정부가 움직였다. 피해 당사자들이 20년에 걸쳐 지속해온 운동의 성과다"
지난 1월 센다이(仙台) 지방법원에서 우생보호법 문제로 첫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일으켰던 60대 여성의 가족은 마이니치신문에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지자체에 보관된 자료를 조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수술과 관계된 의료인 등을 청취해, 이 문제를 타협없이 철저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에 우생법 피해 조사를 요구해왔던 '우생수술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는 모임'의 오하시 유카코(大橋由香子) 간사도 "너무 늦었다. 20년 넘게 이 문제가 방치되면서 중요한 문서들이 폐기됐던 것을 국가는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국가가 빨리 진행하려는 나머지 최소한의 조사로 이 문제를 끝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강제 수술을 받은 1만6500여명 중 현재 지자체에 자료가 남아있는 이들은 20%에 불과하다.
이에 니사토 고지(新里宏二) 변호사도 "피해 당사자의 소송을 거부해왔던 국가가 방침을 전환한 것"이라고 환영했지만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한 청취조사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도 자료조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생보호법 문제에 해박하다고 알려진 이치노카와 야스타카(市野川容孝) 교토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는 "제3자 위원회를 설치해 후생노동성이 거기에 따르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제 수술 피해자가 2593명으로 일본 최다인 홋카이도(北海道) 지역에서 해당 문제 변호를 맡고 있는 니시무라 다케히코(西村武彦) 변호사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 병원 측이나 관계자로부터 정보 제공을 재촉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