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민지현 기자]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손쉽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어 손목시계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모듈러<사진=블룸버그> |
장 클로드 비버 태그호이어의 최고경영자(CEO) 겸 LVMH 워치 부문 사장은 "시간은 어디에나 있다. 젊은이들이 시간을 알려주는 그 무엇을 사서 손목에 차야 할 필요성을 느끼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2015년 판매가 급감하면서 스위스 시계 산업은 위험에 직면했다. 20년간 시계 시장 호황의 주범이던 중국인들이 소비를 급격히 줄였다. 스위스의 시계 수출은 2014년에서 2016년 2년간 13% 감소했다. 지난해 수출은 2.7% 증가했으나 여전히 명품 중에서는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판매 부진으로 인해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팔리지 않은 수천개의 시계가 환매됐다.
안토니오 칼체 제라 페리고 최고경영자(CEO)는 "현 상황은 그저 위기인 것이 아니다.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시계 산업은 애플이 애플워치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2014년 새로운 위협에 부딪혔다. 비버는 400달러인 애플워치가 가장 저렴한 모델이 1000달러인 태그호이어 제품과 경쟁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나 비버는 동시에 가능성을 발견했다. 만약 태그호이어가 자체 스마트워치를 내놓는다면 새로운 젊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었다.
2015년 3월 태그호이어와 구글, 인텔은 인텔의 기술과 안드로이드 2.0 운영체제를 결합한 스위스 스마트워치 출시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일이 너무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태그호이어의 첫번째 스마트워치는 '스위스 산(swiss made)'이라는 표시를 달지 못했다. 스위스 산이 아닌 공급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컸기 때문이다.
태그호이어는 애플워치가 출시된 한 달이 지난 2015년 11월에 첫 번째 스마트 워치인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모듈러(약 1500달러)를 선보였다.
두 번째 스마트워치는 2017년 3월에 출시됐으며 인텔이 생산공정을 스위스 하도급업자로 위탁하면서 '스위스산'이라고 표시할 수 있었다. 태그호이어는 총 10만개의 스마트 워치를 판매했으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스마트워치 출시로 태그호이어의 기계식 시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회사는 고객이 매장에 방문하여 커넥티드 워치를 1500달러에 달하는 까레라 시계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으나 교환을 한 고객은 10%가 되지 않았다.
한편 스와치 그룹은 스위스 산업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닉 하이에크 스와치 CEO는 글로벌 기술 기업인 구글, 인텔, 퀄컴 등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운영 시스템을 개발했다.
스와치의 자회사 티쏘(Tissot)는 2018년 말 독자적인 스마트워치 운영체제를 탑재한 첫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스와치를 중심으로 한 시계 업계의 반격이 시작될지 주목된다.
[뉴스핌Newspim] 민지현 기자(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