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장 100미터 앞서 기다려.."정성어린 대접"
靑 관계자 "특사단 방북 떄 세심한 배려심 느껴"
첫날 숙소서 김영철 찾아와 회담 통보 '파격적'
"만찬장도 김정은·리설주 동행..자신감 표현"
[뉴스핌=장동진 기자] 정의용·서훈 등 북한을 방문했던 대북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세심하고 정성어린 대접을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첫날인 지난 5일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특사단 5명이 모두 오늘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숙소에서 짐 풀 때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찾아와 바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있다고 알려줬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정의용 수석특사가 이끄는 대북 특사단이 지난 5일 조선노동당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
◆ "차에서 내리니 김정은·김여정 100미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이 관계자는 이어 "노동당 본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김 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0미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특사단 말로는 '김 위원장이 배려하는 모습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여러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의용 수석특사가 문제를 어떻게 풀까 고민해 4~5가지 안건에 대해 메모를 했다"며 "(정 수석특사가)김 위원장에게 안건을 꺼내려 적은 것을 몇 가지 말했는데 '여러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며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말을 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우리 언론이나 혹은 해외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신에 대한 평가와 이미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며 "이에 대해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서 여유 있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베를린 선언 등 문 대통령이 꾸준히 공개한 한반도 구상과 지속해서 제안한 메시지를 소상히 알고 있었다"며 "문 대통령의 축적된 노력과 김 위원장의 숙성된 고민이 합쳐져 6개 항목이 나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훈련 등 민감한 사안에도 거침없이 얘기하는 등 한 시간 남짓 만에 접견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단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전 세계 시선과 우리 국민이 갖는 기대도 잘 알고 있었다"며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을 몇 가지 난제를 말끔히 풀어가는 점에서 김정은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의용 수석대북특사(국가안보실장)와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왼쪽)이 5일 오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환담 하고 있다. 접견과 만찬은 조선노동당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이뤄졌다. 남쪽 인사가 조선노동당 본관을 방문한 것은 남측 인사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뉴시스> |
◆ 전례 깨고 방북 첫날 회담...김정은 "해외언론에 보도된 평가 잘 안다" 분위기 주도
전례에 비춰 통상 특사단과 둘째날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첫날 만찬까지 준비한 김 위원장은 접견에서 주요 의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앞서 나갈 수 없도록 좌중을 압도하는 리더십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과 대남 총괄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으로부터 방남(訪南) 보고를 받고,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 정리를 마무리한 상태로 특사단을 만났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관련 발언이 있었고, 방법론까지 (발언) 있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비핵화 문제, 모라토리엄 문제, 문화교류 문제 등"이라며 "북측 특사가 (남측 입장을) 가져갔고, (김정은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상외로 접견이 매끄럽게 진행되면서 무거운 의제였음에도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만에 상호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이번 특사단 방북을 계기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남북정상 직통전화 설치에 합의했다. 또한 북측은 비핵화의 조건을 선명히 하고, 미국과의 대화 개시 용의도 밝혔다. 핵무기와 재래식무기를 남측에 사용하지 않겠다고도 확약했다.
[뉴스핌 Newspim] 장동진 기자 (jangd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