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활발하지만 대부분 여성 사례 초점
남성 피해도 분명 존재...권력 갑질 누구나 해당
[ 뉴스핌=황세준 기자 ] 서지현(검사), 송원(연극배우), 이경아(시나리오 작가), 이태경(웹툰 작가), 최영미(시인) 등 여성들의 과거 성추행 피해 폭로(미투)가 이어지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의 공개사과와 검찰·경찰의 수사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남성이 여성 또는 동성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사례는 거의 없다. 남성들도 크고 작은 성폭력에 노출돼 있지만, 말을 못하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미투(Me Too)' 열풍과 함께 각계 각층에서 성폭력 피해 사례가 쏟아지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대교육장에서 '젠더기반폭력에 맞선 우리의 외침-더 많은, 더 큰 #Me Too를 위하여' 제2회 이후포럼이 열리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실제,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미투 채널에는 '남자인데 초등학교 시절 운동학원 여자 강사가 내 성기 부분을 자꾸 스쳤다', '사회 초년시절 부장이 룸싸롱에서 여종업원들에게 제 성기를 만져보라고 시켰다', '여초회사 다니는 남자인데 나이 많은 여직원들이 자꾸 내 몸을 만진다'는 글이 눈에 띈다.
페이스북에는 "여럿이 어울린 술자리 이후 대학 교수가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성기를 만졌다. 친구도 당했다. 남자가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이 너무 창피했다"는 내용의 폭로도 있었다.
여성가족부가 3년 주기로 실시하는 성폭력 피해 조사 결과 지난 2016년 성폭력을 당한 남성은 283명으로 조사 대상의 7.7%를 차지했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대부분(90.1%)은 PC 등을 이용한 음란 메시지 전송이었으나 성추행 등 신체척 접촉을 수반한 성폭력 경험자도 4명(0.1%) 존재했다. 출생 이후 조사 시점까지 한번이라도 성폭력을 경함했다는 남성은 783명에 달했다.
또 남성들의 11.6%는 '내 모습을 촬영한 영상물이 유포되고 있을까 무섭다'고 답했고 11.4%는 '밤늦게 혼자 다닐 때 성폭력을 당할까봐 무섭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성들의 48.1%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있는 반면, 남성들은 14%만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
피해 사실을 말한 남성의 경우에도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로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58.1%),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17.7%) 순으로 응답했다.
여성뿐만 아니라 성폭력을 당한 남성들도 스스로 적극적인 대응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최근 DC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는 배우 조민기가 남학생들에게도 '이래가지고 섹스는 하겠냐', '섹스할 때 좋냐' 등 성희롱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는 폭로글이 올라왔다 삭제됐다.
성폭력은 젠더 문제만이 아닌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발생하는 '갑질' 문제가 이면에 깔려 있는 만큼 남성들의 '미투' 도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국내 성인남녀 10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6%가 '권력관계'를 꼽았다.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율은 여성 91.8%, 남성 85.5%였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