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담보대출 6428억달러 달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을 빌미로 한 주가 폭락과 변동성 급등의 이면에 사상 최대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른바 마진론이라고 지칭되는 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크고 작은 악재에 주식시장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경고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26일(현지시각) 미국 금융산업규제청(FIRA)에 따르면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내에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한 자금이 6428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난해 뉴욕증시가 수십 차례에 걸쳐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자 평가 차액이 늘어난 데다 투자자들 사이에 추가 상승 기대가 고조되면서 관련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마진론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한편 가파른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고점 대비 10%를 넘어선 뉴욕증시의 급락 역시 마진론으로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팔자’에 나선 데 따른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주가가 하락할 때 대출 담보물의 가치가 떨어지고, 이 때문에 대출을 집행한 금융회사는 고객들에게 보유 물량을 처분해 대출금을 상환할 것을 요구한다. 이 경우 관련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 낙폭을 더욱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 대출 규모가 현 수준에 머물거나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경우 주가 급락과 변동성 상승의 잠재 리스크가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뉴욕증시의 전체 시가총액 대비 순 마진론의 비중이 1.31%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기록한 고점인 1.27%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일부에서는 증권업계의 공격적인 대출 영업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수료와 이자는 증권사에 쏠쏠한 수익원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자금을 집행하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JMP 증권의 더빈 라이언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주식담보대출은 증권업계에 커다란 수입원이지만 2월 초와 같은 주식시장 급락이 벌어질 경우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에 적신호가 켜진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