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강화에 양천구 목동·노원구 상계동 큰 타격
재건축 리스크 높아져 투자수요 감소..추가 조정 불가피
[뉴스핌=이동훈 기자]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한다고 하니 사실상 낡은 아파트를 헐고 언제 새 아파트로 지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졌다.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집을 사기로 한 투자자가 돌연 의사를 철회했다. 며칠 새 매수 문의는 없고 매도호가 현황을 묻는 집주인들의 전화만 받고 있다.”(서울 양천구 목동역 인근 중개업소 사장)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일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기준을 크게 강화하자 아직 사업 절차에 들어가지 못한 단지들이 집값 약세를 보이고 있다.
목동에서 영업 중인 A 공인중개소 사장은 “재건축 기대심리로 최근 1년간 집값이 하락 없이 상승곡선을 그렸는데 이번 안전진단 강화 소식에 호가를 1000만~2000만원 내린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집값이 더 떠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추가로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모습<사진=김학선기자> |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안전성 항목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다. 현재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는 구조안전성 20%, 주거환경 40%, 시설노후도 30%, 비용분석 10%다. 개정안은 구조안전성이 50%로 높아지고 주거환경은 15%로 낮아진다. 시설노후도 항목도 25%로 축소된다.
이 같은 조치는 재건축 추진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낡은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건축연한이 30년이 넘었더라고 재건축 추진을 제안하겠다는 것. 사실상 새 기준에 따르면 붕괴 위험이 없는 한 재건축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노원역 인근 B공인 실장은 “상계동 일대 아파트 중 건축 연한이 도래해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단지가 적지 않았는데 이번 발표로 최소 5년 안에는 사업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많다”며 “아직 상황을 보려는 집주인이 많지만 외지 투자자 중 매도호가를 2000만~3000만원 내려 팔려는 문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하면 서울지역에서는 양천구와 노원구가 큰 타격을 받을 받을 전망이다. 준공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채운 서울 아파트 중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단지는 10만3822가구. 이 중 23%인 2만3458가구가 양천구에 있다. 노원구는 양천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761가구가 몰려 있다. 강남권에서는 강남구 미성2차, 서초구 삼풍아파트, 강동구 고덕현대, 고덕주공9단지,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가락우성1차도 재건축 추진이 험난해졌다.
재건축 추진이 기약 없이 지연되면 투자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선 재건축 준공까지 손에 쥐고 갈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성을 현시점에선 파악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재건축 추진이 어렵게 된 단지들의 매맷값이 추가 조정될 공산이 크다. 투자 리스크(위험)가 높아진 데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공시가격 인상을 포함한 세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기준금리까지 계속해 인상될 경우 투자여건은 더욱 나빠진다.
리얼인베스트먼트 최준서 사장은 “1980년대 중후반에 준공돼 건축연한 30년을 거의 채운 양천구와 노원구 재건축 단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입지가 좋은 지역 중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사업을 진행 중인 단지가 많아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단지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