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적자 GDP 대비 6% 다시 육박
달러·금리 관계 붕괴…"레짐 체인지"
달러화 여전히 '10%' 고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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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의 '쌍둥이적자' 문제가 다시 부상하면서 달러화 전망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조5000억달러의 감세를 시행한 데 이어 의회가 향후 2년간 정부 지출을 약 3000억달러 늘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16일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프엑스스트리트에 따르면 월가의 전략가들은 미국의 쌍둥이적자(재정 적자+경상 적자)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 약세 추세에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달러화를 다시 끌어내릴 수 있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RBC캐피탈마켓츠의 아담 콜 통화 전략 책임자는 "사람들에게서 달러화의 지속적인 약세를 유발하는 쌍둥이적자가 재부상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지난주 수요일 소비자물가 지표와 같이 달러 매수 기회로 간주되는 뉴스들의 효과는 일시적이었다"고 말했다.
(회색)GDP 대비 재정적자+경상적자 (흰색)연준 무역가중 달러화지수 <자료=블룸버그통신> |
◆ 쌍둥이적자 GDP 대비 6% 다시 육박
토론토 도미니언 뱅크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쌍둥이적자 규모는 다시 6%에 육박하고 있다.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 첫 4개월(작년 10월~지난 1월) 재정적자는 1760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 늘어 2013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또 작년 12월 석유 제품을 제외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50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전형적으로 경상 적자와 재정 적자를 모두 떠안는 국가다. 하지만 지난 금융 위기 이후 보수적인 재정정책과 셰일 호황 덕분에 재정적자는 억제되고 경상 적자는 줄 수 있었다. 그러나 행정부의 감세와 경상수지의 비(非) 에너지 부문 적자 확대로 쌍둥이적자 규모를 줄여왔던 두 개의 축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의 경기가 완전 고용 상태에 있다면 쌍둥이적자는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 재정 지출로 경제가 자극을 받을 경우 국내 수요를 흡수하는 방법은 수입을 늘리는 것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감세로 세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사회보장지출 증가와 원유 수입 감소 전망도 적자 확대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도이체방크는 쌍둥이적자가 향후 2년간 GDP 대비 3%에 해당하는 만큼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초록색) 달러/엔 환율 (보라색) 미 국채 10년물 추이 <자료=포렉스라이브> |
◆ 달러·금리 관계 붕괴…"레짐 체인지"
전문가들은 불어나는 쌍둥이적자로 미국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적자 확대는 그만큼 달러화가 풀려나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약세 요인이 된다. 이미 달러화는 작년 9.9% 급락한 데 이어 올해에만 3.8% 하락했다. 올해 하락 폭만 보자면 1987년 이후 최대다. 해외 경기 개선과 트럼프의 행정부의 달러 약세 용인 신호가 외환 시장 저변에 깔린 탓이다.
전통적으로 달러화 방향을 주도해왔던 금리와의 상관관계 붕괴는 이러한 시장의 기대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올해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계속 상승하며 지난달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를 돌파한 반면, 블룸버그달러스팟지수와의 120일 상관관계는 작년 평균 0.57에서 0.23으로 떨어졌다. 특히 10년물 금리와 달러/엔 환율의 상관관계 붕괴는 명징하게 나타난다.
분석가들은 정부의 재정과 감세로 내년 재정적자가 1조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달러화와 미 국채의 동반 매도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계속되는 달러화 약세로 해외 투자자들의 미 국채 투자 유인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환헤지 비용이 투자 수익률을 갉아 먹기 때문이다. ING뱅크는 상관관계 감소에 대해 "달러의 레짐 체인지"라고 말했다.
금리선물시장을 통해 산출한 엔화와 유로화 투자자 달러 헤지비용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 달러화 여전히 '10%' 고평가
작년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아직 과대 평가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토론토 도미니언 뱅크의 마크 맥코믹 외환 전략 북미 책임자는 쌍둥이적자 규모 확대 등을 감안하면 달러화는 장기적으로 여전히 약 10% 고평가됐다고 분석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샤하브 잘리누스 외환 전략 글로벌 책임자 역시 달러화가 과대평가됐으며 올해 10%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국제금융협회(IIF)의 로빈 브룩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무역가중 기준으로 봤을 때 작년 달러화의 절하폭은 3~4%에 불과했으며 달러화는 지난 2014년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의 완화정책 덕분에 지난 수년전과 비교해봤을 때 13% 절상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가 절하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자료=IIF, 마켓워치 재인용> |
◆ 레이건 행정부의 교훈
일각에서는 감세가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높이고 금리 상승을 이끌어 달러화 강세를 유도한다는 해석을 고수하고 있다. 소득세 최고 세율을 70%에서 50%로 낮췄던 지난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을 상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HSBC에 따르면 레이건 행정부의 정책 실패는 쌍둥이적자의 결과로 나타났다. 세수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으로 부채가 증가했고 달러화 강세로 무역적자가 심화됐다. 미 재무부는 1981년 레이건정부의 경제회복세법(Economic Recovery Tax Act of 1981)으로 4년에 걸쳐 세입이 1437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쌍둥이적자는 점점 커지면서 달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결국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HSBC의 데이비드 블룸은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가 약세 흐름을 가속화했지만 합의 이전 1985년 동안에 달러화가 이미 15% 정도 하락했다는 것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