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착하고 성실한 택배 기사 건우(강동원). 최근 모범시민으로 선정돼 유명세를 치른 그에게 학창 시절 친구 무열(윤계상)의 연락이 온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그들 눈앞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폭탄 테러로 암살당한다. 무열은 모든 건 계획된 일이며, 건우가 암살범이 될 거라고 말한다. 건우는 급히 현장에서 도망치지만, 곧 암살자로 공개 수배당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작된 상황.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 건우는 살아남기 위해, 누명을 벗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선다.
영화 ‘골든슬럼버’는 일본 이사카 코타로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소설은 일본에서 지난 2008년 서점대상과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받은 수작. 실제 뛰어난 작품성과 인기에 힘입어 2010년 일본에서 먼저 영화로 제작됐다. 주연 배우 강동원 역시 원작의 매력에 매료돼 직접 한국 영화화를 제안, 판권 구매부터 영화가 나오기까지 7년을 함께했다.
물론 영화는 원작을 그대로 담지 않았다.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 과정을 거쳤다. 소설과 비교해 다른 지점을 몇 개 짚어보면 이렇다. 우정에 무게를 실으면서 두 명의 옛 친구를 추가로 등장시켰다. 반대로 그를 스치며 돕는 여러 인물은 민씨(김의성) 하나로 합쳤다. 주인공을 돕는 모든 인물의 행동에는 이유를 부여했고, 감시 사회 관련 메시지는 덜었다. 원작 속 열린 결말도 한국식 결말, 일테면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으로 깔끔하게 매듭지었다.
주인공의 도주를 응원하다 보면, 어느새 메시지에 닿는 큰 줄기는 원작과 일치한다. 강동원이 그린 ‘골든슬럼버’는 억울한 한 남자의 도주극을 통해 쏟아지기만 하는 무차별적인 정보, 죄 없는 피해자를 양성하는 음모, 그 안에 갇혀버린 이미지 등 문제들을 꼬집는다. 도주극 특유의 쫄깃함도 챙기려 애썼다. 여기에 믿음, 우정, 첫사랑 등 감성을 자극할만한 소재를 마음껏 버무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이 섞임에는 이물감이 없다.
다만 여느 작품들처럼 한정된 시간(러닝타임은 108분이다)에 많은 것을 넣다 보니 균열이 생겼다. 묵직함이 없다. 가볍다. 이 문제는 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특히 도드라진다. 관객의 감정이 배우들 것만큼 끌어 오르지 못했는데 터진다. 어리둥절하다.
이러한 단점을 가린 건 음악이다. 원작의 주요 소재이자 영화의 메인테마인 비틀즈의 ‘골든슬럼버’와 고(故) 신해철의 ‘그대에게’ ‘힘을 내’ 등이 스크린 너머로 흐른다. 앞서 언급한 설명이 부족했던 인물들의 사랑과 우정, 그 지난날을 설명한다. 노래로 그들의 급격한 감정 변화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동시에 관객의 향수를 자극, 공감을 산다. 노래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골든슬럼버’가 이를 증명한다.
강동원은 인상적이다. 그는 ‘여자가 아님에도 보호해주고 싶은’ 원작 속 주인공의 모습을 고스란히 살렸다. 평범하고 성실하며 순수한, 그래서 또 억울한. 본 듯하면서도 본 적 없는 강동원의 얼굴이 흥미롭다. 실리콘 역을 소화하며 1인2역에 나섰다는 점도 재밌다. 대단히 놀라운 연기력은 아니나 한 작품 안에서 극과 극 캐릭터를 선명하게 대비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강동원 외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전작의 모습을 지운 김의성과 윤계상을 비롯해 김성균, 김대명, 한효주 등이 분량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오늘(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