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폐회식 참석하는 이방카 트럼프
김여정 '남북정상회담' 카드 부담될 수도
펜스 부통령과 다른 '시그널' 줄지 관심
[뉴스핌=정경환 기자] 김여정이 가고, 이제 이방카가 온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두 여성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외교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됐다. 일단 김여정은 공식 외교 데뷔전에서 '환호'를 받으며 돌아갔다. 이제 세계는 이방카에게 고개를 돌리고 있다.
14일 외교가에 따르면, 오는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이방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로 그가 가장 신임하는 자녀이자 참모로 평가받는다. 2016년 대선 기간은 물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줄곧 아버지인 트럼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다.
이에 지난 6일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이방카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보도했을 때, 한국 정부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올 1월 4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때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기간에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1일 발표된 미국 고위급 대표단 명단에는 이방카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방카 트럼프와 김여정 <사진=AP/뉴시스> |
◆ 김여정은 '정상회담' 친서, 이방카가 들고 올 카드는.
이방카 카드는 한반도 안보 위기와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는 상황이 다소 복잡해졌다.
김여정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절묘한 한 수를 던진 상태다. 세계의 이목이 김여정에게 집중됐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다.
국내외 언론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 CNN,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언론들이 앞다퉈 국제 외교 무대에 첫 선을 보인 그녀를 향해 '성공적인 외교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일부 언론에선 "한국과 미국 외교부가 김여정에 지나치게 메달렸다"는 표현까지 썼다.
방한을 앞둔 이방카로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무대로 두고 김여정과 외교적인 '수 싸움'을 벌여야 하는 형국이다.
이방카가 김여정의 '남북정상회담'에 맞설 만한 카드를 들고 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져올지, 가져온다면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도 관심이다.
◆ 전문가들 "노출 많은 이방카 이벤트, 효과는 미지수"
전문가들은 이방카가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로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무게가 좀 떨어진다. 김여정은 남북정상회담 초청장을 갖고 오니까 무게가 실리는데, 이방카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하는 상황에서 특별한 메신저가 되기가 쉽지 않다"며 "이방카가 메시지를 가져온다고 해도, 그걸 이방카가 말해 봐야 힘이 실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총애하는 딸이라는 정도지 마땅히 이벤트 벌일 게 없다"면서 "게다가 김여정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면, 이방카는 그렇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대북 메시지를 가져올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요새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도 괜찮은 거 같고, 바로 전화하면 된다"고 봤다.
이에 이방카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때 와서, 개회식 계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방한 당시 북한의 들러리로 전락한 미국의 체면을 세우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교수는 "일단 이방카가 오는 것 자체는 좋다"며 "이방카가 부담을 느낄 상황도 아니다. 미국이 먼저 펜스 부통령, 이방카 고문의 방한을 통보하니까 북한이 거기에 맞춰 각각 김영남, 김여정을 보낸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펜스 부통령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악수를 하지 않고, 남북한 공동입장할 때 일어서지도 않았다"며 "외교적으로 미국의 위신이 떨어졌는데, 그걸 만회하려 하지 않겠나"고 했다.
남 교수 역시 "펜스 부통령이 와서 (북한 김여정에) 밀렸으니까, 이방카가 만회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