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조' 현대모비스...공정위, 법인·前사장 등 검찰고발
매출목표 위해 자동차 부품대리점에 '떠넘기기' 적발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2012년 매출 30조원 돌파의 최대 실적을 낸 전호석 현대모비스 전(前) 사장이 당시 부사장이던 정태환 부품영업본부장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현대모비스와 전 임원들이 매출목표 달성을 위해 부품구입을 자동차 부품대리점들에게 떠넘기는 등 밀어내기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상지위남용행위를 한 현대모비스에 대해 정액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전 대표이사·부품영업본부장, 법인을 검찰고발한다고 8일 밝혔다.
조사결과를 보면,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현대모비스는 매년 지역영업부(부품사업소 포함)들이 제출한 매출목표 합계 보다 3.0%포인트에서 4.0%포인트 초과하는 수준의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각 부품사업소별로 할당된 목표는 현대모비스가 매일 지역영업부·부품사업소 실적을 관리해왔다. 부품사업소는 대리점의 매출실적 관리를 맡았다.
현대모비스 <사진=현대모비스> |
매출목표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부품사업소장 등 임직원에게 각서를 요구해왔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매출목표 미달이 예상될 경우 지역영업부·부품사업소가 대리점에게 자동차 부품의 구입을 강제하는 등 일방적인 밀어내기를 시행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영남영업부의 경우를 보면, 사업계획 때 애초 계획한 목표치보다 3% 이상 과도한 추가 목표가 내려온 경우다. 이들은 목표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밀어내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날이 갈수록 대리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등 피해가 불거지자, 대리점 대표들이 나서 현대모비스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통해 시정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당시 전호석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대리점의 피해 사실을 알고도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 대리점을 향한 갑질 횡포가 자행될 시기에 전 사장은 공식석상을 통해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회사경영의 최우선 핵심가치로 내세우던 인물이다.
2011년 3월 전호석 사장이 취임한 이후 대리점 밀어내기 기간인 2012년 매출은 2010년과 비교해 39% 급증한 30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당시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상 최대의 매출 실적을 올린 셈이다. 영업이익도 15.3% 늘어난 2조90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의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대차에 입사해 현대모비스 사장까지 안정적인 경영성장에 일조했다던 전 사장의 평가 이면에는 결국 대리점 갑질의 베일로 검찰행보를 걷게 됐다.
2013년 5월 대리점 대표들을 제주로 불러들여 전국 대리점의 자생력 강화와 상호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 의지를 드러낸 정 부사장도 매한가지다.
신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2010·2012년 현대모비스 그룹감사 결과, 대리점협의회 간담회(2012년), 자체 시장분석 등을 통해 밀어내기의 원인과 그에 따른 대리점들의 피해를 인지하고 있었다”며 “이를 개선하지 않고 밀어내기 행위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이어 “밀어내기가 전 사업장에서 발생되고 그 원인이 과도한 사업목표 설정에 기인함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대리점 대표들은 현대모비스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밀어내기 행위 시정을 요구했고, 현대모비스 지역영업부(영남영업부)도 자체 시장상황을 분석하는 등 밀어내기로 인한 대리점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이번 건은 과거에 벌어진 일로 이미 개선작업은 완료했고, 보다 투명한 거래시스템 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기존 동의의결 신청 당시 제시했던 대리점 상생기금 조성 등 상생협력 활동은 그대로 이행할 계획이다. 향후 추가 소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비용 자동차부품 유통경로 <공정거래위원회> |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