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수석대변인 빼곤 '침묵' 일관
대다수 의원들 "왜 언론을.." 관망
총대 멘 장제원 의원 "洪 살아야 한국당 산다"
[뉴스핌=김선엽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언론과 각을 세우고 있지만, 소속 의원들은 한 발 물러선 채 뒷짐을 진 모습이다.
당 대표가 비우호적인 언론과 ‘끝짱’을 보겠다며 전쟁을 선포했지만, 대부분의 의원이 선뜻 참전을 외치지 못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 이후 홍 대표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한 배를 타기보다는 거리를 두겠다는 셈법도 엿보인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당 원내대책회의가 열렸다. 각 당은 아침회의에서 매일매일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논평을 내놓는다.
한국당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열린 첫 회의인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도 기자 30여명이 몰렸다.
26명의 참석자 중 8명의 지도부에게 마이크가 돌아갔지만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언급한 것은 김성태 원내대표 뿐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일부 범람하는 가짜뉴스로 국민의 눈과 귀가 가려져 우리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며 “권력에 굴하지 않는 공정보도로 사회 균형과 정치의 균형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은 주로 개헌과 대북 문제와 관련해 정부를 반복적으로 비판하는데 공력을 기울였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언급하지 않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SNS를 통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연이어 선포했다. <출처=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
홍 대표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지난 2일 오전이다. MBN이 '홍 대표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류여해 전 최고위원 주장을 인용 보도하면서 헤드라인에 '수년 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문제가 됐다.
홍 대표는 즉시 MBN 기자들의 당사 출입을 금지시키고 이를 페이스북을 통해 공포했다. 이후 MBN이 정정보도문을 올렸지만 홍 대표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취지의 글을 3일간 6개나 페이스북에 올렸다.
홍 대표가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지만 선뜻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가담하겠다는 한국당 의원은 찾기 힘들다. 각종 현안에 대해 SNS를 통해 활발히 코멘트를 내던 한국당 의원들도, 이번 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당의 입이라 할 수 있는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지난 2일 기자실에서 보도자료를 읽은 후 해당 언론사와 30분간 설전을 벌인 게 전부다.
대다수 소속의원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왜 언론과 전쟁을 벌이려하 느냐"며 다소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한국당의 이 같은 분위기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좀처럼 한국당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서울시와 부산시는 마땅한 후보도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다.
지방선거에서 홍 대표는 6석의 광역단체장을 장담했는데 결과가 미치지 못한다면 당권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홍(反홍준표) 세력이 기회를 엿보는 이유다.
한국당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부분 적극적으로 나서서 홍 대표를 돕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홍 대표도 ‘후보로 나서서 희생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아쉬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