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오르자 알바 내보내고 직접 서빙·주유기 들어
월 13만원 일자리안정기기금 신청률 바닥.."배보다 배꼽"
[뉴스핌=김세혁 기자 박진범 기자] “인건비 무서워 사람 못 써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한 달을 맞아 일손이 아쉬운 영세 자영업자의 한숨이 깊어만 간다. 매출은 제자리걸음인데 인건비만 가파르게 오르면서 알바를 내보내고 직접 매장일에 나서는 업주가 늘고 있다.
직접 주유기를 들고 나선 주유소업주 <사진=김세혁 기자> |
정부는 국정철학인 소득주도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6.4% 오른 것으로 역대 최고 인상률. 소득증대→소비증가→생산과 투자 확대라는 그럴듯한 청사진이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고용 축소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중소 ·영세상인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일자리안정기금을 마련했지만 한 달새 신청율은 1%를 밑돌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현장에서 접한 중소 ·영세상인들의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수도권에서 남편과 음식점을 경영하는 A(56)씨는 인건비가 오르면서 직접 주방에 나섰다. 손이 모자라 사람을 더 써야하지만 인건비 부담에 엄두도 못 낸다. 그는 “가뜩이나 인건비 걱정이 많았는데 최저임금이 오르는 바람에 사람 쓰기가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A씨는 주방에서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정신없이 일한다. 이미 주방 보조 아주머니를 두 명 고용한 상태지만 하루 수 백 가지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해야 하는 요식업 특성상 늘 일손이 부족하다. 남편역시홀을 분주하게 오가며 직접서빙하고계산과뒷정리까지 도맡는다.
사람이 몰리는 식사시간 대에 특히 힘들다는 A씨는 “팔꿈치가 안 좋아져 지난해부터 통원치료를 받고 있지만 올해는 사람 안 뽑고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10년간 PC방을 운영한 B(47)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하루 12시간 넘게 일했다는 그는 “PC방을 하면서 직접 배달 일까지 했다. 부업으로 번 돈을 아르바이트생 월급으로 주니까 남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24시간 영업하는 PC방은 근무자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건비 상승은 수입에 직격탄이라는 게 B씨 설명이다.
B씨는 일자리안정기금에 희망을 걸었지만 이내 좌절했다. 1명 당 월 13만원을 지원받기 위해 4대보험 등 들어가는 돈이 더 많다는 걸 세무사와 상담 끝에 확인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만 억울하다”는 그는 결국 경영난으로 장사를 접었다. B씨는 “보조금도 정부 홍보에 불과하다. 영세 상인들도 국민인데 우리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인건비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셀프'가 뜨고 있다. <사진=김세혁 기자> |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 주유소 사장님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추위가 두렵지만 인건비가 더 무섭다며 결국 주유기를 들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주유소 경영자는 “지인 중에는 70세가 다 됐는데 직접 주유하는 사장도 있다”며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셀프주유소로 바꿨지만 최소한 인건비가 나가는 만큼 요즘 많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엇박자식 최저임금 인상이 갈수록 부작용을 낳고 있어 냉정한 자기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B씨 사례처럼 일자리안정기금을 외면하는 업주가 많은 건 현장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라며 “실제로 1월 한 달간 일자리안정기금 신청률은 0.7%에 머물렀다. 공청회 등을 거쳐 현장이 체감할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 박진범 기자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