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딜 전락 가능성부터 새로운 협상 개시까지 다양한 관측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할 것이라는 캐나다 측의 주장으로 인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향방이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멕시코 주식시장이 하락 압박을 받는 등 시장 파장이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25년간 북미 3개 국가 교역의 주축이었던 NAFTA의 존폐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찾는 데 혈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바이두> |
캐나다 측이 이미 재협상 결렬을 전제로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만큼 관련 업계의 긴장감이 크게 고조된 상황이다.
협정에 따르면 미국이나 캐나다, 멕시코 등 3개 국가는 6개월 사전 공지를 한 뒤 NAFTA에서 탈퇴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에 거친 재협상이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종료된 데 이어 이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6차 협상 역시 돌파구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설은 주요 제조업부터 농산업까지 전 업종의 시선을 끌었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NAFTA 탈퇴를 결정할 때 전개될 수 있는 세 가지 잠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좀비 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다고 해서 미국이 6개월 후 NAFTA를 공식 탈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 기후 협정 탈퇴를 발표한 뒤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계속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과 흡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미국 의회가 백악관의 NAFTA 탈퇴 결정을 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회는 해외 주요국과 상업적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NAFTA를 지지하는 정책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기를 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때문에 캐나다 측의 예측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할 경우 NAFTA가 말 그대로 ‘좀비’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11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에서 미국 협상단이 관세 인상보다 탈퇴를 선언할 여지가 높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말 그대로 NAFTA가 폐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동의할 경우 협정 파기는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미 지역의 관세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일부 새로운 관세가 도입돼 물가가 오르는 한편 기업 수익성에 흠집이 발생할 전망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특히 멕시코가 관세 인상에 따라 가장 커다란 경제적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NAFTA 파기로 인해 3개 국가가 경기 침체로 빠져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지는 않을 것으로 무디스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멕시코를 제외한 채 새로운 FTA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으로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폭탄 선언이 단기적으로 3개국 사이에 긴장감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다시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CIBC의 애버리 센필드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 이전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탈퇴 선언이 현실화되더라도 원칙대로 6개월 이후 공식 탈퇴 수순이 이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