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지도부 '퇴출'..연내 새지도부 선출 대응방안 고심
정규직 전환 완료 시기 모호..직접 고용 300명 중 200명 우선 채용
[뉴스핌=서영욱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내년까지 비정규직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하자 이번엔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인천공항공사 경영진의 결정에 대해 정규직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서다.
정규직 노조원들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안에 대해 노조 지도부가 정부안에 무조건 찬성한다는 이유를 들어 지도부를 불신임했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공사가 발표한 정규직 추진계획도 연내 마무리 짓는다는 애초 계획과 달리 부실해 노노갈등의 결과물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노동조합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정부와 공사의 방침에 유화적이었던 노조 지도부를 사실상 '퇴출'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지난 21일 임시총회를 열어 임단협 가합의안을 받아들이지를 묻는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투표자 843명 중 반대표가 절반(458명)을 넘어 부결됐다.
임금 인상 수준이 기대에 못미친는데다 인천공항공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놓고 정부 정책에 유화적인 노조지도부를 '불신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공공 비정규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TF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과 방법에 관한 검증 없이 '정규직 전환 숫자'에만 연연한 채 밀어붙이는 공사의 행태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정부와 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전면 정규직화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상태다.
26일 합의된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계획도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인천공항공사와 협력사의 합의에 따르면 공사는 1만명의 비정규직 중 국민 안정과 직결된 소방‧안전분야 3000명을 직접 고용키로 했다. 나머지 운영‧관리 분야 인원은 자회사 두 개를 설립해 7000명을 간접고용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직후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며 비정규직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인천공항공사를 점찍은 뒤 정일영 인천공항 사장이 강조했던 '연내 정규직화 완료'는 끝내 무산됐다.
더욱이 이번 합의문에도 3000명의 정규직 전환 대상 중 계약이 만료된 211명의 소방대원만 확정했다. 나머지 2800여 명의 경우 어떤 용역이 정규직 대상으로 채용될지 확정하지 못했다.
이밖에 두 곳의 별도법인 설립과 최종 정규직 전환 시기도 불투명하다. 인천공항공사는 내년 말까지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원칙만 밝혔다.
이에 대해 '노노(勞勞)갈등'이란 지적도 나온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도 "연내 정규직 전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서둘러 합의를 발표한 감도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는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했다. 오는 27일 입후보 절차를 거쳐 28,29일부터 이틀간 선거를 실시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전 지도부가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정부가 원하는 공사 직접 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그런 만큼 새 노조 지도부는 정규직 노조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역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가 겪고 있는 같은 논란이 우려되고 있다.
다만 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 완료 시점을 오는 2019년으로 미뤄 충분한 협의를 거칠 시간을 두고 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 규모나 시기, 방법에 대해서 꾸준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다만 인천공항공사와 달리 현재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용역과는 계약 완료 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서영욱 기자(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