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현행 유지 입장 속 사업자 의견 지속 수렴
이통3사 "3년간 매출액 10%넘게 투자..망투자 분담"
인터넷 기업 "역차별 해소 우선, 중소기업 보호"
[뉴스핌=정광연 기자]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압박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통신사가 '망 중립성 원칙' 재검토를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원칙을 폐지한 만큼 망 이용자인 네이버 카카오 등이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행대로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나 통신3사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 및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등에 따르면 정부는 네트워크 사업자가 망을 이용하는 기업들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현행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해당 가이드라인이 2011년에 만들어진 만큼 관련 업계 의견은 지속적으로 수렴하다는 입장이다.
◆이통3사 “천문학적 투자, 사업자 비용 분담 필요”
이통3사가 즉각적인 망 중립성 폐지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다만 네트워크 구축 및 유지, 개선 비용을 이통사들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을 나누기 위한 망중립성 원칙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통사들은 매년 1조~2조원 수준의 시설투자(CAPEX)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SK텔레콤(사장 박정호)은 각각 2조1450억원, 1조8910억원, 1조9640억원 등 총 6조원을 투자했다.
같은 기간 KT(회장 황창규)는 2조5140억원, 2조3970억원, 2조3590억원 등 가장 많은 7조2700억원을 투입했으며 LG유플러스(부회장 권영수) 역시 2조2100억원, 1조4100억원, 1조2550억원 등 4조876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사용했다(아래 표 참고).
3년 누적 이통3사의 시설투자 비용은 총 18조1460억원으로 같은 기간 누적 매출의 약 12% 비중이다. 2017년 3분기 누적 시설투자 비용은 매출 대비 7% 수준이지만 4분기 투자계획을 감안하면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1조3000억~2조4000억원 가량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통신3사는 이에 대한 일정 분담을 인터넷기업들에 욕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통신 5G 상용화 이후 추가 투자를 고려할 때 인터넷 기업들의 자발적인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망중립성 취지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트래픽 증가에 따른 인터넷망 개선 비용을 인터넷사업자들이 어느 정도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국내 ICT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업계 “역차별 해소 우선, 중소 사업자 보호해야”
반면 인터넷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과 달리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무임승차’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망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글로벌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안드로이드) 사용 시잠 점유율은 1위는 구글의 유튜브(11.5%)로 카카오톡(11.3%), 네이버(7.3%)를 압도했다. 페이스북 역시 3.1%로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4.4%)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상위 5개 앱 중 2개가 해외 서비스지만 구글과 페이스북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00억원 가량 납부한 네이버와 상충되는 대목이다.
<사진=구글> |
이에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이통사들이 투자 비용 부담을 이유로 망중립성 원칙 수정을 요구하기에 앞서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정당한 비용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트래픽 수준에 따른 비용을 따로 받을 경우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 인터넷 기업 200여곳이 소속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전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망중립성 원칙 유지가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 역시 중소 혁신기업들이 비용 때문에 서비스를 접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토렌드 등 해외 기업들에게 망 사용료만 받아도 이통사들의 투자 비용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며 “원칙을 재논의 하더라도 트래픽에 따라 비용을 부과할 경우 중소기업들이 쉽게 무너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