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서 국민연금에 지시하지 않았다는 증거" 주장
[뉴스핌=김겨레 기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오히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찬성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이는 청와대가 삼성 합병에 국민연금의 찬성을 지시했다는 특검측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형석 기자> |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4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10차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단이 이날 법정에서 공개한 안 전 수석의 녹취서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2015년 이태한 전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과 통화에서 '국민연금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삼성물산 합병 건을 결정하면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우려가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산하 민간 조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판단하기 어려운 안건에 대한 투자 결정을 한다.
내부인사들로 구성된 투자위와 달리 관련 단체들의 추천을 받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 조직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 7월 10일 투자위를 개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가결했다.
변호인은 이를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물산 합병 지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당시 안 전 수석은 오히려 반대했다는게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 전 수석은 투자위원회 결정 이전부터 ISD를 우려했다"며 "그런데도 국민연금이 투자위를 열어 찬성하자 복지부를 질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전 수석 역시 "최광 당시 국민연금 이사장으로부터 투자위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전문위에서 해도 되는데 왜 투자위를 하는가'라고 했고 ISD에 대한 걱정도 이야기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변호인은 "이태한 전 실장, 조남권 전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의 녹취서를 봐도 이들은 삼성 합병과 관련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결권과 관련해 챙겨보라’고 말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소관업무를 잘 살펴보라는 통상적인 말"이라며 "찬성 혹은 반대를 뜻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최 전 수석은 어린이집 폭행 사건때도 박 전 대통령이 '잘 살펴보라'는 등의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며 "최 전 수석 자신은 지시라고 생각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특검은 의료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5'에 탑재되는 과정에서도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내용은 1심의 심리 대상이 아닌데다 공소장에도 없는 내용"이라며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것과 연결짓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