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들어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주도했던 IT 대표 종목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반면 소매와 금융, 통신 섹터가 강세를 보이며 다우존스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IT 섹터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섹터로 자금이 로테이션을 일으켰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이와 함께 투자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혁안 통과에 따라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섹터의 비중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9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103.97포인트(0.44%) 상승한 2만3940.68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0.97포인트(0.04%) 소폭 내린 2626.07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88.02포인트(1.27%) 급락하며 6824.34에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이른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도가 쏟아지면서 해당 종목의 시가총액이 600억달러 증발하는 등 기록적인 하락을 연출했다.
페이스북이 4% 선에서 떨어졌고, 아마존이 3% 이상 내렸다. 넷플릭스가 6% 가까이 폭락했고, 알파벳 역시 2% 이상 하락했다.
반면 소매와 금융 섹터가 강한 상승 탄력을 과시했다. 메이시스가 7% 이상 랠리했고, 타겟 역시 8% 가량 폭등했다.
모간 스탠리와 씨티그룹이 2% 가까이 뛰었고, 골드만 삭스가 1% 이상 상승하는 등 주요 금융주가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역은행 주가를 추종하는 SPDR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3%를 웃도는 강세를 보였다.
연말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IT 섹터에서 소매와 금융 섹터로 갈아타기 시작했다는 것이 월가의 진단이다.
이와 함께 IT 섹터가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매도를 촉발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날 IT 섹터의 급락이 뉴욕증시 전반에 걸친 패닉이나 추세적인 조정 가능성을 예고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분더리히 증권의 이안 윈 주식 헤드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드라마틱한 자금 로테이션이 펼쳐졌다”며 “펀드 매니저들이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찰스 슈왑의 랜디 프레드릭 트레이딩 부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주가 상승을 지지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상당수”라며 “현 시점에 블랙 스완 시나리오가 가시화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제 지표는 호조를 이뤘다. 상무부가 발표한 3분기 성장률 수정치가 3.3%를 기록해 종전 발표된 예비치 3.0%를 웃돌았다.
이는 2014년 3분기 이후 3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특히 기업 설비 투자가 10.4% 급증하며 경제 전반의 성장을 이끌었다.
주택 시장도 활황을 이뤘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잠정 주택 판매 지수는 전월에 비해 3.5% 상승하며 109.3을 기록했다.
이 밖에 멕시칸 레스토랑 업체 치폴레가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선임할 것이라는 발표에 5% 이상 급등했고, 알러간은 모간 스탠리가 투자의견을 ‘시장비중’에서 ‘비중 확대’로 높인 데 따라 2% 뛰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