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한, 미국이 선제타격 염두에 두는 상황 막아야"
역대급 사거리 ICBM 추정…우리 정부 "사전 파악, 신속 대응"
[뉴스핌=정경환 기자] 북한이 두 달 반 만에 다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 포착, 도발 직후 정밀타격훈련 등으로 신속 대응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미국이 강경 태도로 나올 것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급 통화를 갖고 긴장 고조 차단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한·미 정상 간 통화가 빨리 이뤄진 것에 대해 "북한이 75일 만에 도발을 한 것은 새로운 국면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상황의 변화 (우려가 있었다)"며 "그래서 양 정상이 빨리 통화하면서 이에 긴밀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후 5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약 20분간 이뤄졌다. 이번 통화에서 양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미치는 중대한 위협임에 공감, 북한을 강력 규탄했다.
북한의 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사진=조선중앙통신> |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3시 17분쯤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고 받고, 오전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대륙 간을 넘나드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며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고도 약 4500km로 960km 가량을 날아갔다.
합참 관계자는 "탄종은 '화성-14형' 계열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면서 "세부 성능은 한·미 군 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7월에도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발사한 화성-14형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분류되는 미사일이다.
특히, 이번 미사일은 고각궤도로 발사돼 고도 4000km를 넘고 수평 거리 960km를 비행한 바, 정상궤도로 발사됐다면 사거리가 1만3000km에 이르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강경하게 가는 걸 막기 위해 (한·미 정상이) 빨리 소통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측면 등 종합적이다"고 답했다.
다만, 선제 타격을 우려하는 문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양국이 서로의 입장에서 상황을 분석한 다음 추가로 조치하기를 논의한 것"이라며 "오늘은 그런 부분까진 가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 이날 도발 직후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이미 우리 정부가 관련 징후를 포착해 사전에 준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새벽 북한 미사일 발사 2분 뒤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우리 군 당국은 미사일 발사 후 6분이 지난 이날 오전 3시 23분쯤 동해상으로 지·해·공 동시 탄착개념을 적용한 미사일 합동 정밀타격훈련을 실시했다.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의 반복적인 도발 행위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면서 "정부는 북한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외면한 채 무모한 도발을 통해 긴장을 지속 고조시키고 있음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지금이라도 도발을 통해 얻는 것은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 뿐이며, 핵·미사일 개발 포기만이 자신의 안보와 경제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향한 국제사회의 단합한 목소리에 호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