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T2 오픈 감안 T1 면세점 임대료 30% 인하 제시
면세점 "사드 악영향도 감안해야..10~20% 더 인하해야 "
[뉴스핌=이에라 기자] 면세점 업계가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제1여객터미널(T1) 임대료 조정안에 대해 집단으로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항공사측이 제2여객터미널(T2) 오픈에 따른 이용객수 감소를 감안해 T1 임대료를 연 30% 인하하겠다고 통보했지만, 면세점업계는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 등을 감안해 인하폭이 더 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23일 저녁 롯데, 신라, 신세계 등 T1 면세구역 사업자들에게 임대료를 약 30% 일괄 인하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내년 1월 T2 개장 이후 내야할 임대료 중 일부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면세점 업계는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달 6일까지 해야 한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3년차인 2017년 9월1일~2018년 8월 31일까지 약 7700억원, 4년차와 5년차에는 각각 1조원 규모를 임대료로 지급해야 한다. 전체 지급해야 할 임대료가 3조원에 가까운 것이다.
다만, 인천공항공사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T2 개장 이후 지불해야 할 임대료는 약 2조원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공사 측의 임대료 인하안은 내년 T2 오픈을 앞두고 T1 이용객수 감소에 따른 영향분을 감안한 것이다. 공사 측이 2015년 3기 면세점 사업자들과 T1 사업 계약을 맺을 당시 특약 조건으로 T2로의 여객 이전 이후 임대료 조정 논의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내년 1월 18일 그랜드 오픈한다. 이 곳에는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미국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네덜란드 KLM 4개사가 이동한다. T2는 연간 약 1800만명의 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 <사진=뉴시스> |
T2 개장으로 T1 이용객수는 연간 30% 안팎의 감소가 예상되면서 공항공사 측은 임대료 인하폭도 30%로 제시했다.
하지만, 면세점업계는 이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객터미널 이전으로 이용객수 감소를 감안한 임대료 조정안이 아닌 사드 사태를 반영한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T2 개장과는 별도로 중국 단체 관광객 감소에 따른 임대료 조정을 요구해왔던 점이 반영되지 않아서다.
지난 3월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관광 금지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면세점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객단가가 큰 중국인들의 관광이 중단되면서 일부 시내면세점이 적자를 기록할 정도의 최악의 상황을 맞았고, 높은 임대료 탓에 공항 면세점의 적자난 구멍을 메우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2분기 롯데면세점의 영업적자는 298억원을 기록했고, 6월에는 롯데면세점의 팀장급 간부사원 40여명이 연봉 10%를 자진 반납했다. 롯데면세점은 T1 임대료를 영업요율로 변경해달라며 공항공사 측과 4차 협상까지 벌인 상태다.
3분기 들어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들에 힘입어 실적이 회복하긴 했지만, 아직 중국인 단체 관광객 재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완전한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공항공사의 임대료 인하는 기존에 T1터미널 계약 시점 때부터 예고 됐었던 T2 개장에 따른 임대료 조정"이라며 "사드 사태에 따른 면세점 업계 어려움을 반영한다면 추가 인하폭이 10~20% 정도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도 "한중 관계 정상화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사드 사태 때와 달라진 점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오지 않고 현실이 개선된 점이 없다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업계는 답변 시한인 내달 초까지 내부 논의를 통해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실무 부서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매출 영향 등 실제 데이타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사별로 차지하는 임대료 비중과 면세점 위치에 따른 매출 변동 등도 꼼꼼히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 공동 대응보다는 각사별 의견전달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답변 시한까지 의견을 전달하지 않는다면 30% 인하안을 수용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각사별로 입장을 공항공사에 전할 것 같다"면서도 "매출 규모나 임대료 수준이 다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공동 입장보다는 각사별로 추가 임대료 인하에 따른 요청을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