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충전기 관리예산 따로 편성…콜센터 운영해 고장 신고·지원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최근 세컨드카로 국산 전기차를 마련한 이모씨(51)는 세종에서 서울로 가는 경부선 고속도로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차량에 내장된 네비게이션을 보고 충전기를 찾아갔는데 고장이 나있던 것. 결국 불안한 마음으로 남은 충전량을 체크하며 다음 충전소로 옮겨야 했다. 그후로는 전기차를 타고 먼 곳으로 가는 것을 망설이게 됐다.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가 2만대를 넘어서며 전기차 '빅뱅' 시대가 왔으나 정부의 충전 인프라 관리 시스템은 시대의 변화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누리집에 따르면 전국 전기차 충전소 2138곳 중 사용가능거나 사용중인 충전소는 1784곳이다. 전체의 20% 가까이가 사용할 수 없는 충전소인 셈이다.
전기차 이용자들은 실제로는 고장난 전기차 충전기가 이보다 많아 이용에 불편을 겪는다고 토로한다. 사용가능하다고 해서 찾아간 충전소가 충전이 비정상적으로 느리거나 액정이 깨져있는 등 실질적으로 고장상태인 경우가 많다는 것.
쏘울 전기차 <사진=기아차> |
전기차 차주인 김모씨(44세) 역시 "국회 완속충전기 3개 중 2개가 6개월간 고장나 있었다"면서 "전기차 관련 행사가 있자 부랴부랴 수리에 나서더라"고 말했다.
위례신도시에 거주하는 한모씨(34세) 역시 "복정역 환승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가 있지만 액정이 깨진채로 장기간 방치되어 있었다"면서 "아무도 관리를 안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내년 예산안으로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에 3522억7900만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전년대비 20.5% 증가했다.
이중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2550억원, 충전인프라 설치 지원 예산이 895억500만원, 정부가 무상 운영하는 공공 급속 충전시설의 운영 예산이 8억6400만원이다. 고장난 충전기에 대한 유지·보수 예산은 따로 책정되어 있지 않다.
이에 비해 일본은 중앙정부에서 전기차 충전기 관리 예산을 따로 책정해 공공 충전기와 민간 충전기 구분없이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 충전기 고장 콜센터를 따로 운영해 고장난 충전기에 대한 신고를 받아 수리비용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까지 책임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일본의 충전소는 4만곳을 넘어서지만 고장난 충전기는 거의 없다"면서 "관리요원을 따로 두고 체계적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기차 이용자들이 충전소를 찾아갔다가 충전을 못하고 옮겨다니는 경험을 하게되면 '매니아'가 '안티'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