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속한 의사결정 방해…노동이사 전문성 부족
[뉴스핌=정탁윤·황세준 기자] KB금융그룹 등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추진 파장이 재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노동이사제에 대해 산업계는 국내 시장경제질서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융권 및 정치권 일부에서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식 노동이사제와 우리 기업의 노사 현실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KB노조 추전 사외이사 선임건에 찬성표를 던진것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재계는 국민연금이 이번 KB금융의 노동이사제 추진에 찬성표를 던진것에 대해 노동친화적인 현 정부 눈치보기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약 270곳이 넘는다. 향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민간으로까지 국민연금의 입김이 강해질 경우 '연금 사회주의' 비판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KB금융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일단 부결로 끝났지만 재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KB금융 노조가 노동이사제 재상정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다 정부와 정치권도 내년부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재계 5대그룹 <김학선 사진기자> |
재계는 그러나 노동이사제는 우리 노사현실과 맞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독일의 경영참가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전체기업중 90%이상이 유한회사이고 주식회사는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기업의 95%가 주식회사로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주주이익 극대화에 어긋날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독일식 노동이사제는 2차 대전후 역사적 반성에 따른 것으로 현재는 독일 자본시장 발전을 막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자유시장경제 체제인 한국과는 맞지 않는 제도로 주주가치 제고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 대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노동이사제에 찬성했다는 것 자체가 재계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일 아니겠느냐"며 "스트어드십코드와 더불어 국민연금의 발언권이 점차 세질 경우 연금사회주의란 얘기가 또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이사제의 비효율성과 근로자 경영참가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독일 기업 중 알리안츠그룹과 바스프그룹, 이온(E.ON) 등의 대기업들이 독일 국적을 포기하기도 했다.
노동이사제가 전문성 부족과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재계가 반대하는 이유로 꼽힌다. 노동이사제도는 근로자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가 생산적 경영감시를 위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이사 역할을 하기 보다는 이익 대변 쪽으로 편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용자 단체인 경총 관계자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근로자이사와 경영진의 의견대립으로 이사회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수 없게됨은 불보듯 뻔하다"며 "결국 그 손해는 주주들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