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원진 기자] 먼 서양 예술에 더 익숙한 관객들. 우리나라 전통 공연은 대중적인 관심에서 살짝 비켜서있다. JTBC '팬텀싱어'는 성악, 뮤지컬, 오페라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고 올해 하반기는 각종 공연이 차고 넘치는 이례적인 해다. 이에 반해 한국무용, 판소리 등 전통 예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비교적 적다. 이에 '우리나라 전통의 대중화'란 숙제를 안고 고군분투하는 프로덕션들. 전통공연 대중화를 향한 다양한 콜라보와 시도가 눈에 띈다.
◆ '서양 고전에 한국무용' 서울시무용단 '로미오와 줄리엣'
서울시무용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 극에 한국무용을 넣었다. 지난 9일부터 10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창작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 대중들이 익숙한 스토리에 한복 자락을 넣어 한국무용을 접해본 적이 없는 대중들이 쉽게 무대를 찾아갈 수 있게 한 시도였다. 원작에 등장하는 가톨릭 신부는 무속신앙의 제사장(무녀)으로 등장하고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진혼무는 안타깝게 죽은 로미오와 줄리엣 두 영혼을 위로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하늘하늘한 한복을 입고 무대를 누비며 아름다운 우리 전통춤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줄리엣이 파리스와 결혼식을 올릴 때 등장하는 북춤, 부채춤, 파리스 군사들의 군무 등이 스토리에 녹아들어 화려하면서도 잔잔한 무대를 선보였다.
◆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국립무용단 '묵향'
협업이나 융합 없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만 했는데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지난 10일부터 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 국립무용단 '묵향'. 2013년 초연 이후 매 시즌 공연되며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아름다운 우리 한복이 세련된 무대 연출로 전통춤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지난해 2월 홍콩예술축제에 한국무용 최초로 초청돼 현지인들의 호응을 얻었고 표는 매진됐다. 같은 해 6월에는 프랑스 리옹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에서 저명한 무용 평론가 에마뉘엘 부셰는 "우아함과 기술적 기교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춤"이란 극찬도 끌어냈다. 하얀 화선지 위에 매, 난, 국, 죽의 이미지가 무용수들의 춤과 함께 색의 어우러짐으로 그려졌고 단아한 의상과 군더더기 없는 무대 연출이 세련된 작품. '묵향'은 한국전통춤의 세계화의 좋은 예가 됐다.
◆ '판소리와 뮤지컬의 만남' 정동극장 창작뮤지컬 '판'
우리 전통예술의 대중화가 장르를 뛰어넘었다. 오는 12월 7일 정동극장에서 공연되는 창작뮤지컬 '판'. 지난 3월 CJ아지트에서 초연됐던 이 작품은 19세기 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전기수 '호태'를 만나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공감을 자아내는 정치풍자와 유쾌한 만담이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특히 국악 요소가 가미돼 한국전통 음악이 어렵고 고리타분하단 틀을 깼다. 국악기 대금과 아쟁으로 연주되는 서양 장단. 스윙음악에 우리나라 자진모리 장단을 얹어 동서양을 넘나드는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편곡을 통해 동살풀이 장단, '산받이' 장단, 경기민요 등 우리 전통 음악이 화려하게 변신한다.
예술은 시대를 대변한다. 한국전통무용과 전통 음악이 현대 대중들의 주목을 받으려면 다양한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창작무용으로 재해석 하거나, 서양 작품과 협업을 통해, 또 한국무용과 음악이 가진 매력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다. 앞으로 우리의 전통예술이 대중들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발전해,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사진 출처(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정동극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