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FTA 파기부터 대중 무역적자 해결까지 '난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교역의 원칙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담에서는 장기간 미국이 이용 당한 다자간 무역협정을 지양하고 개별 국가간 협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언급, 변화의 의미를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바이두> |
그는 순방을 마치고 미국행 에어 포스 원에 오르면서 기자들에게 “300억, 400억, 500억달러, 중국의 경우 300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 적자를 지속할 수는 없다”며 “상호간 무역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간에 걸친 순방을 마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5일 백악관에서 북한과 무역 관련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밝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취임 이전부터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포함한 주요국과 협정에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하며 공정한 교역을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최근에는 NAFTA를 파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상황.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교역의 ‘게임 체인저’를 자처하고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위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워 미국 기업들과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선포했지만 실상 그가 장기간에 걸쳐 확립된 글로벌 무역 질서를 흔들어 놓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이번 순방 기간에 중국과 체결한 2500억달러 규모의 협약 역시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 형태로, 실현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아시아 5개국을 방문하면서 불공정한 무역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았을 뿐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구체적인 쟁점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지도 않은 만큼 중대 발표가 속 빈 강정에 불과할 수 있다는 회의론마저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날을 세우는 교역 상대국은 중국과 멕시코다. 오는 15일 NAFTA 재협상단의 5차 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그는 협정에서 발을 뺄 가능성을 수 차례 언급했다.
미국 자동차 수출입 현장 <출처=블룸버그> |
NAFTA의 규정 상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해당 국가는 6개월 전 공지만으로 협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탈퇴 결정을 내리더라도 의회가 이를 승인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블룸버그는 뿐만 아니라 제조업계부터 농가에 이르기까지 NAFTA에 기대고 있는 각 산업 부문의 반발 역시 거셀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부품과 기계류 등 미국 기업들은 멕시코와 무역협정이 파기, 대규모 관세 부담이 발생하더라도 현지 생산 라인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값싼 인력을 대체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벽을 넘는다 하더라도 협정 파기로 미국 기업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다란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하는 중국과 무역 불균형 역시 바로잡는 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는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역 관계를 북한의 핵 프로그램 해법과 연계시키는 접근 방식으로는 문제가 더욱 꼬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독립 애널리스트 마이클 이바노비치는 CNBC의 칼럼을 통해 올해 약 3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구조적이고 거스를 수 없는 힘의 논리에서 초래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중국은 미국 물품의 구매를 늘려 워싱턴의 강경책에 연막을 치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 겪는 차별이 날로 심화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해법을 찾지 못한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보호주의 정책이 미국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주장은 연초부터 제기됐다. 최근까지도 주요 외신들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발을 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교역시장에서 소외, 미국 경제에 흠집을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