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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제1호 초대형IB' 탄생, 의미는?

기사입력 : 2017년11월13일 16:03

최종수정 : 2017년11월13일 16:03

"발행어음 업무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초대형IB 탄생"
은행권과 중기대출 시장 경쟁 불가피…조달자금 운용방식에 주목
국회 계류중인 기업신용공여 한도 확대 법안 등 문제 해결 필요

[뉴스핌=우수연 기자] 자본시장의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한 '제1호 초대형IB'가 탄생했다. 금융위원회가 초대형IB의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최종 승인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이 진정한 의미의 초대형IB로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13일 오후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자기자본 4조원 이상 5개 증권사(미래대우, 삼성, 한투, KB, NH)에 대한 초대형IB 지정 안건을 승인했다. 지난 1일 개최된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유일하게 안건에 오른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업무 인가안도 최종 승인했다.

인가를 획득한 한국투자증권은 회사 신용으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발행어음 조달 자금으로 취득한 자산은 레버리지 비율에서 제외되며, 발행절차도 기존 어음에 비해 크게 축소된다. 그만큼 시장에서 손쉽게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기에 투자 여력도 커진다는 의미다. 다만 해당 자금의 절반 이상은 기업금융에 활용해야하며 부동산 관련 투자는 30% 이내로 제한된다.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한투, 발행어음 사업 첫 스타트…시장 선점 기대

업계에선 가장 먼저 인가를 얻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투증권은 인가후 올해만 1조원 규모의 발행 계획을 세웠다. 발행어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조달한 자금의 투자처 확보이며, 한투가 선제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우량 투자처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업계서 예상하는 발행어음의 금리는 1% 후반 수준이다. 은행의 보통예금이나 증권사 RP형 CMA보다는 20~30bp 이상 높은 금리를 줘야 투자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조달한 자금으로 적어도 2%p 이상의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선 4%대 이상의 수익률이 확보되는 양질의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임수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중 시작을 가정해 5000억원 규모의 발행을 전망했을때 조달금리 1.8%에 마진 150bp(1.5%)를 산정하면 57억원의 신규수익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이는 0.13%p의 ROE 상승 효과"라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금융부문(IB)의 시장점유율은 메리츠(12.6%), NH(11.8%), KB(8.4%), 미래에셋대우(7.9%), 한투(6.5%), 삼성(4.1%), 신금투(3.3%) 순이다. 한투는 올해 상반기까지 대형IPO, 유상증자 등으로 ECM 시장에서 강점을 보였으나, 발행어음 조달이 시작되면 신용공여 분야의 기업금융 사업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초기 단계에서 적어도 1조원 규모까지 빠르게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로 IB부서의 전사 이익 기여도는 확대될 여지가 있으며 2018년예상되는 IB 및 트레이딩 영역에서의 대형사 집중 현상을 한투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인가 심사가 한창 진행중인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개 증권사는 정치권과 은행권의 견제로 초대형IB 출범 자체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한투라도 최종 인가가 결정됐다는 소식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든 초대형IB 신청 증권사들의 인가가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한투라도 인가가 결정돼 다행"이라며 "한투가 먼저 스타트를 끊으면서 당국과 원활한 조율을 통해 초대형IB의 초석을 닦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 초대형IB, 은행과 중기대출 시장서 충돌 불가피…신용공여 한도 법안 문제도

이번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는 증권업계 뿐만 아니라 은행권, 정치권까지 주목하는 사안이다. 지난 여름 금융당국이 발표한 초대형IB의 핵심은 자본시장의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인가 승인이 본격 논의되자 성장기업금융, 즉 중소기업 대출시장에서 은행권과의 격돌이 예고되면서 은행권이 완강한 반대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투의 발행어음 인가 안건이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은행연합회는 기업신용공여 한도가 논의중인 상태에선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를 미뤄야한다는 주장을 냈다.

은행연합회는 "초대형IB 사업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판매해 자금조달하고 이를 기업에 대출하는 것으로서 투자은행 업무가 아니라 일반 상업 은행 업무에 해당한다"며 "기업신용공여 범위 축소하는 방안 논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가할 경우 대규모 자금이 당초 취지와 다른 용도로 사용될까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계류중인 기업신용공여 한도 확대안이 한투가 발행어음 인가 다음으로 넘어야 할 과제다. 당초 정무위원회는 초대형IB의 기업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현행 법상으로는 여타 신용공여와 기업신용공여를 합쳐 자기자본의 100%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지만, 개정안은 기업신용공여를 따로 떼내어 100%로 정해 총 200%의 신용공여가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기업신용공여 범위를 중소벤처기업에 한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정기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따라서 한국투자증권이 '제1호 초대형IB'로서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여부에 증권업계 뿐만 아니라 은행권 관심도 집중된다. 한투의 발행어음 자금이 효과적으로 모험자본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지 여부는 현재 추가 심사중인 여타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인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일부 초대형IB의 건전성과 소비자보호를 문제 삼으며 인가를 반대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 만큼 금융당국 입장에선 훨씬 심사의 강도를 높여 인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초대형IB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신청 증권사들이 고객 소비자 보호에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사문화(死文化)된 법안에 명시된 대주주 적격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회사 자체의 제재 이력 등 영업 행위의 도덕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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