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미만 근로자 유급휴가 사용 제한 조항 삭제
개정 근로기준법 국회통과…공포 6개월後 시행
근로자 “법보다 휴가사용 분위기 먼저 조성해야”
[뉴스핌=황유미 기자] "신입이 열흘이냐 휴가를 가냐. 왜 이렇게 용감해. 미쳤냐"
지난달 14일 방영된 드라마에서 한 직장 상사는 신입사원이 휴가를 내고 외국으로 여행 떠난 것을 알게 되자, 전화를 걸어 이렇게 소리지른다.
직장인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회사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신입사원에게 따로 연차휴가가 주어지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신입사원들이 당당하게 1년간 최대 11일의 휴가를 쓸 수 있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
근속연수가 1년이 되지 않은 신입직원도 최장 11일 유급휴가를 받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취준생과 직장인들이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휴가를 편하게 쓸 수 있는 문화도 함께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1년 미만의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이 공포되면 6개월 이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안에서는 1년 미만의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 사용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제60조 3항을 삭제됐다. 해당 조항은 근로기간이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연차휴가를 사용할 경우 그 다음해 연차일수에서 차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1년 차 근로자의 경우에는 1개월 개근시 1일의 유급유가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나, 2년차에 받을 수 있는 연차휴가 15일에서 빼서 쓰도록 하고 있다.
결국 입사 이후 2년간 총 15일의 연차휴가가 주어지던 것이 이제는 1년차에 최대 11일, 2년차에 15일을 각각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입사원과 함께 2년차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이 보다 강화됐다.
전기설비 엔지니어인 강병철(남·30)씨는 "신입사원들이 힘들다고 나가는 빈도가 줄어들 것 같다. 기대된다"며 "신입들의 경우 회사와 일에 적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연차를 쓰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신들의 휴가가 따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교 졸업반 정모(여·25)씨 역시 "듣던 중 다행인 소식"이라며 "신입은 보통 휴가가 없거나 2일 정도만 주어지는 걸로 알고 있어서 긴장했는데 빨리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으로 신입직원의 휴가가 보장돼도 제대로 쓸 수 있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있는 휴가도 '직장 내 분위기'에 의해 잘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근로자 휴가실태 조사에 따르면 임근근로자의 연차 부여일수는 평균 15.1일, 사용일수는 평균 7.9일로, 52.3%의 사용률을 보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평균 휴가일수 20.6일, 휴가 사용률이 70% 이상인 것과 비교할 때 낮다.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직장 내 분위기'(응답률 44.8%)라는 응답이 가장 많다.
대형 카드사에 다니는 김모(남·33)씨는 "우리 회사의 경우 연차휴가를 쓰기 힘들게 하는 문화는 없지만 중견·중소기업 등에 다니는 친구들은 사정이 다르다"며 "5일 이상 붙여 쓰면 눈치주는 경우도 있고 아예 '3일만 다녀와라' 얘기하는 데도 있다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입직원들에게 휴가가 생기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그것을 쓸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우선 이뤄져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