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 함준호 금통위원도 금리인상 시사
만장일치 나오면 내년 1분기 추가인상 가능성
[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30일 열리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선 내년 초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것인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립 비둘기파로 알려진 함준호 금통위원이 기존 입장을 변경함으로써 다른 금통위원들도 이 같은 행렬에 동참할 지 여부가 11월 금통위의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만장일치 인상 여부에 따라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사진=뉴시스> |
함준호 금통위원은 지난 8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글로벌 중립금리 상승과 더불어 국내 실질 중립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으면서 통화완화 정도 조정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이러한 금융여건의 조정 과정에 대비해 선제 위험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11월 기준금리 인상 예상에 무게를 실어주는 동시에, 기존에 금리인상에 소극적이었던 다른 금통위원들도 기존 입장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졌다. 앞서 지난 7일 공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위원은 3명이었다.
의사록에서 네 번째로 의견을 개진한 금통위원은 “글로벌 경기를 후행하고 있는 국내경제 상황을 감안해 당분간 현재 수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되, 경기회복 기반이 물가상승압력을 확대시킬 수 있을 지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뚜렷한 비둘기파적 성향을 나타냈다. 다섯 번째로 의견을 밝힌 금통위원은 “경기회복세를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 빨리 통화정책 기조 변경에 나서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도비시한 입장을 보였다.
이 밖에 두 번째 순서로 의견을 개진한 금통위원은 “완화기조를 점진적으로 조절해 갈 필요성이 생성되고 있으나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경로 추이를 신중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 발언의 주인공이 함 위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론한다면 11월 금통위에서 최대 2명이 ‘동결’ 의견을 내야한다.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된다면 금통위원 모두가 입장을 바꾼 게 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3명의 신중론 위원 중 한 위원은 뚜렷한 동결의견을 주장하고 있어 11월에도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한 위원이 중립적인 의견을 제시해 의견 전환 가능성이 있어 보였는데, 표결로 갈 경우 4:2 인상(총재 제외)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시스> |
만장일치로 인상되는 경우에 내년 초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성장률 호조, 가계대출 안정, 북핵리스크 완화 등 여건과 미국의 통화정책방향이 금리인상을 뒷받침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나란히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은 연 1.50%, 미국은 연 1.25~1.50%로 금리 상단이 같아진다. 신흥국인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더 높은 것이 자본흐름 면에서 타당하다. 한은이 11월에 만장일치로 금리를 올려놔야, 향후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에 대응할 여력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가 미국의 통화정책과 1:1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미국과의 금리역전은 통화당국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문제”라며 “향후 추가 인상을 고려하면 이번 달에 만장일치로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이 지난달 말 채권시장 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내년말 기준금리 수준을 각각 1.75%(6명), 2.00%(7명)로 예상됐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11월에 인상하고 나서 추이를 지켜본 후 내년 추가 인상을 시행할 것으로 본다”며 “새 총재 취임 등 변수가 있기 때문에 만장일치 여부에 따라 내년 1분기 추가인상 가능성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