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성범죄 피해자”…한샘 성폭행 계기로 촉발
美 배우 알리사밀라노 제안, 용기낸 폭로 잇따라
男 성폭력 고백, ‘내가 그랬다(#IDidThat)’도 등장
[뉴스핌=오채윤 기자] “회사에 막 입사해 아무 것도 모를 때 도와주겠다며 다가온 직장 선배가 서슴없이 내 엉덩이를 터치했다.”
한샘 성추문 사건의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비슷한 사내 성폭력·성추행 경험을 했다는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내 성폭력·성추행 경험담이 줄지어 올라오는 상황이다.
대기업 계약직 직원인 한 여성은 “회식 때 술자리에서 주는 대로 받아 마시다 만취한 적이 있다”며 “다음 날 기억을 더듬어보니 남자 상사가 나를 집에 데려다주는 택시 안에서 내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취한 상태라 가만히 있었다”고 털어놨다. 입사 석달만에 소속 부서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미국 할리우드 성폭력 폭로 운동 ‘미투(#MeToo) 캠페인’이 국내에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투' 캠페인은 지난달 미국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에 성폭력 피해 경험을 밝히고 미투 해시태그를 달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부터 영국성공회 성직자, 미국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까지 수많은 여성이 용기를 내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그 충격이 일파만파로 퍼져 영국 국방부 장관까지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15년 전 여성 언론인을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투' 캠페인을 통한 성폭력 폭로는 프랑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주간 '미투' 해시태그(#Metoo)가 수만번 사용됐고, 이를 통해 성희롱·성폭력 경험담들이 공유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샘 성추문 사건'을 시작으로 용기를 내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성범죄 피해 경험담을 게시한 한 여성은 “한샘 사건이 아니었다면 나도 이렇게 말할 용기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용기 내 말해줘서 고맙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에서 큰 위안이 된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다” 등 격려하는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성범죄를 당한 여성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자신에게 ‘낙인’으로 돌아올까봐 두려운 마음에 침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끙끙 앓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성들도 있다.
한 여성은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다가 자살 충동이 든 적도 있다. 너무 괴로워서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미투' 캠페인은 여성들의 경험 공유에 그치지 않고 남성들의 참여도 이끌어냈다. 남성들이 자신의 성폭력·성추행 사실을 고백하는 ‘내가 그랬다(#IDidThat)’ 캠페인도 등장한 것이다.
‘미투’ 캠페인은 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상대 남성들에게 던지는 ‘단호하고 엄중한 경고’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