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생산자물가→소비자물가 연쇄 충격
원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수출 둔화 속 물가만 오를 수도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국제유가 급등이 석 달째 상승 중인 국내 생산자물가를 더 끌어올린 전망이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주므로 국내 가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8일 기획재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치 불안에서 시작된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물가 불안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급등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생산자물가를 계속 밀어올려서다.
국내 생산자물가는 3개월 연속 오름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생산자물가 잠정치는 102.81로 전월대비 0.5% 상승했다. 10월 생산자물가는 발표 전이지만 오름세는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은 원자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며 "유가 상승이 원자재 가격 및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소비자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소비자 체감물가는 높다"며 "유가 상승이 소비자 체감물가를 더욱 상승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석유 가격에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7일(현지 시간) 1배럴당 62.39달러로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1.81% 올랐다.
사우디 왕세자 모하마드 빈 살만 <사진=블룸버그통신> |
유가 상승과 함께 환율도 변수다. 지난 7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3.1원 내린 1111.9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0월 이후 1년에 만에 최저치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한국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경제는 수출은 주춤한 상황에서 국내 물가만 오르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정부는 30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1월 정기총회에서 원유 감산 연장 등을 논의하기 때문이다. 감산 연장에 대한 예측이 가격에 이미 반영된 상태이므로 OPEC 결정이 알려지면 유가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OPEC 총회가 열리는 11월30일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감산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유가급등에) 이미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회 이후 유가가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유가급등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치 불안에서 시작됐다.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는 반대파를 숙청하며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원유 감산을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