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사 가속…사정한파 이어질까 우려도
[뉴스핌=강필성 기자] 금융권이 뒤숭숭하다. 채용 비리의 책임을 지고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사임한데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KB금융지주도 압수수색을 받았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KB금융 노조의 고소에 의해 수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 사건이 우연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새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 임명됐던 금융권 수장들을 교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채용절차에 대한 점검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14개 국내 은행에 대한 채용 관련 체크리스트를 발송했다.
각 은행은 이달 말까지 추천 채용제도의 유무, 관련 내규, 면접 절차 등을 검토해 보고해야한다. 미비점이 있다면 보완책도 제출해야한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이는 시중은행의 자체조사라는 점 때문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전격 사퇴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수장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국정감사 과정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만 하더라도 금융권에서 이광구 행장이 사퇴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은행은 당시 ‘추천은 채용결과에 영향이 없었다’는 중간 조사 보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했을 정도. 때문에 이광구 행장이 지난 2일 갑자기 사퇴하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광구 행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까운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서금회) 멤버로 알려져있다.
다른 은행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압수수색을 받았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 2008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이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하고 2015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다. 올 4월 연임에 성공했다.
KB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 회장 연임 관련 노동조합의 설문조사 개입 의혹과 관련 지난 3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윤 회장은 2014년 회장과 은행장 간 내홍을 겪은 ‘KB사태’ 때 내부 출신으로 회장 자리에 처음 올랐다. 사외이사 전원 교체, 내부감사 제도 등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보험사와 증권사를 인수해 1위 금융그룹으로 키웠다. 이에 지난 9월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돼 오는 20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내년 초 임기만료를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에 적잖은 부담을 받고 있다. 하나금융 노조는 최근 ‘적폐청산 연임저지’ 투쟁을 선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 정권과 친분이 깊은 금융공기업의 수장이 교체된 것에 이어 민간 은행에 대한 손보기가 본격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조용히 당국의 조사에 협조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부분 전 정권에서 선임된 수장이 대부분 올해 연임됐다는 점을 부담요인으로 꼽는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탄핵정국과 대선으로 정치권의 입김을 행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연임된 금융권 수장에 대한 손보기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