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돈화문국악당에서 진행한 '적로' 프레스콜에서 김계선 역 정윤형과 박종기 역 안이호 <사진=뉴스핌 DB> |
[뉴스핌=최원진 기자] 조선 시대 말기 대금 명인 박종기와 김계선의 삶은 지금의 예술인들과 어떻게 닮아 있을까.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돈화문국악당 공연장에서 2017 서울돈화문국악당 브랜드 공연 '적로'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작품 전막이 시연됐다.
작품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1879-1941)와 김계선(1891-1943), 두 실존 인물의 삶을 노래로 풀어냈다. 현재 우리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대중들에 잘 알려지지 않은 두 예술가의 뜨거운 예술혼을 통해 우리의 인생과 예술에 관해 이야기한다.
공연이 창극이 아닌 음악극이란 타이틀을 가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통 음악과 창으로 꾸며진 기존 창극과 달리 돈화문국악당의 '적로'는 신디사이저, 클라리넷, 드럼 등 서양악기도 등장한다. 클래식과 재즈 음악이 어우러져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다.
극도 박종기와 김계선의 실제 삶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허구의 인물 기생 산월과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열정적이면서 고독한 예술인의 삶을 담았다. 손에 잡히지 않는 소리를 한평생 연구하고, 음악을 통해 불멸을 꿈꾼 박종기와 김계선이 지금의 아티스트와 다를 바 없는 지점이다.
2일 서울 돈화문국악당에서 진행한 '적로' 프레스콜에서 산월 역 하윤주 <사진=뉴스핌 DB> |
두 대금 명인들이 온전히 음악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는 부분을 부각한 건 산월의 역할이 크다. 특히 산월 역의 하윤주가 죽은 어머니 산월로 변하는 장면은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장면. 박종기 역의 안이호와 김계선 역의 정윤형은 진도 씻김굿 선율에 맞춰 박종기의 '넋풀이'를 부르며 산월을 보낸다. 예술인은 한평생 음악을 위해 살고 떠날 때도 원 없이 놀다 떠나길 소망한다. 떠나는 산월은 슬프지만 그의 뒷모습은 슬프지 않아 보이는 것도 뜨겁게 타오르다 떠나는 아티스트 삶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적로'는 3일부터 24일까지 공연된다.
이날 하윤주는 "기존의 정가가 아닌 서양의 가곡 같은 곡에 맞춰 부르는 게 어렵다"며 "정가를 부르지만 창법을 많이 안 썼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춤을 추면서도 노래 부르기도 쉽지가 않더라. 한 동작, 한 호흡에 내 소리까지 더하려다 보니 좀 아쉽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어 안이호는 "공연을 하면서 취재진이 코를 훌쩍이는 소리, 눈꺼풀이 깜빡이는 소리를 들으며 작품에 집중했다"며 "아마 아티스트란 그런 것 같다. 관객들이 귀를 여닫는 소리, 숨소리를 듣고 소통하며 감정을 전달하는 게 내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좋은 공연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적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돈화문국악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