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후 15년 경과, 비시장경제 딱지 떼나
[뉴스핌=이영기 기자]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 주도로 자유무역을 촉진했고 중국의 등장을 순조롭게 도와왔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과 중국이 다투는 장이 돼버렸다.
중국이 그간 무역관계에서 불리한 지위를 감수해야 하는 '비자유경제' 딱지를 떼려고 하는 반면, 미국은 당초 의도한 자유화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TO본부내에는 붓글씨와 아치, 그리고 조경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중국정원이 있는데 그 대리석 표지판에는 "다른 문화가 서로 상생을 지향하면서 세계가 번영하기를 기원한다"라는 중국 상무부의 염원이 표시돼 있다고 소개했다.
WTO에 있는 중국정원 <사진=신화사> |
WSJ에 따르면, 중국 WTO에 남긴 자국은 이것만이 아니다. 회원국 가입 후 16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미국, 유럽 등과 강하게 대립하고 있고 세계무역을 관장하는 WTO의 권위를 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은 WTO가 '공산주의 맘모스'인 중국을 오랜 서구의 무역기준에 길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국가주도 중상주의 양상을 보이는 중국을 편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 세계를 중국제품으로 뒤덮게 하면서 정작 중국시장의 문은 열어제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로베르토 아제베도 WTO사무총장은 "전 세계 교역의 98%를 차지하는 160개국을 회원국으로 가진 WTO가 없다면 지금 상황은 더욱 나빠졌을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 '비시장경제' 딱지 떼려는 중국
문제는 중국이 '비시장경제' 지위라는 딱지를 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무려 15년간의 협상 끝에 2001년 결국 WTO가입한 중국은 '비시장경제'라는 딱지를 붙이게됐다. 이 딱지는 그 어떤 회원국에도 부과되지 않은 제약과 조건이 있었고 그 중 하나였다.
중국은 '비시장 경제'로서 그간 상당한 불이익을 받아왔다. '비시장경제'지위로 인해 교역상대국이 자신의 기준을 적용해 중국상품에 대해 '덤핑'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벗어날 때가 온 것이다. 중국도 그간 불이익 감수의 고통이 커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가입후 15년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비시장경제' 지위에서 벗어난다고 중국은 WTO가입 때부터 믿고 있었다.
중국은 오랫동안 이를 준비해왔다. 분쟁조정 절차를 완벽하게 꿰뚫어 제3자로서 거의 모든 분쟁에 옵저버를 참여했고, 엄청난 돈을 들여 미국과 유럽의 통상전문 법률가에게서 배웠다.
중국이 '비시장경제'지위라는 딱지를 떼내고 WTO를 삼켜버릴지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은 중국이 약속한 자유화를 완료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WTO전문가 채드 바운은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 양측이 대립하고 있고, 결국 중국이 '비시장경제' 지위를 떼느냐 여부가 향후 WTO체제의 유지에도 큰 영향을 준다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