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부업법 개정시 '소급적용' 않기로 결정
법적 근거 없고 위헌소지 있어 강제 추진 불가
[뉴스핌=이지현 기자] 내년 2월 8일부터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때 금리가 연 24%를 넘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7.9%에서 연 24%로 내리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소급 적용입니다. 즉,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전에 높은 금리로 대출 받은 사람들도 금리를 낮춰줘야 '서민의 금융부담 완화'라는 정책의 취지에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소급 적용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우선 과거에 맺은 대출 계약에 대해 인하된 이자율을 적용해 지금까지 낸 이자까지도 돌려주는 '완전소급효'가 있습니다. 차액까지 보전해주는 대신 기간을 짧게 정해놓고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다른 형태의 소급적용은 '부진정소급효'입니다. 지금까지 낸 이자는 그대로 두고, 앞으로 낼 이자에 대해서만 인하된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이번 최고금리 인하에서 두 가지 형태의 소급적용은 모두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소급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위헌 소지)
이 같은 논란은 지난해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연 27.9%로 인하할 때도 있었습니다. 2015년 11월 대부업법 개정안을 논의했던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야당 의원들은 "2년 전 대부업 금리를 39.9%에서 34.9%로 내리고 나서 평균금리를 조사해 보니 35%이상 받는 경우들이 다수 있었다. 법 개정 전에 이미 고금리로 했던 경우가 유지되고 있어 생긴 문제였다. 따라서 이번에도 소급하지 않게 되면 몇 년간 금리인하 혜택을 못받는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 2008년과 2010년 최고금리를 각각 70%에서 60%, 60%에서 50%로 내릴 때 소급적용을 했다는 근거까지 들었죠.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모습 <출처 = 뉴시스> |
이에 여당 의원은 "소급은 어마무시한 특별법"이라면서 "통상적으로 대부라는 것이 계약 당시 합의에 의해 몇 %로 빌린다고 했고, 존속기간도 합의한 것인데 나중 입법으로 그 계약관계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금리인하 혜택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헌법 질서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금융위는 법무법인에 소급적용의 위헌소지에 대해 자문을 구했습니다. 법무법인은 국회에서 추진하는 부진정소급효의 경우 위헌이 아니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다른 결과를 내놨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 법사위에서 소급적용이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꼭 대부업체가 아니더라도 채권을 가진 회사들은 계약된 금리를 전제로 향후 재무 계획을 짜 놓을 텐데, 최고금리가 내려간다고 이를 소급하는 것은 계약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이 같은 논의 과정 끝에 정무위는 인하된 최고금리 연 27.9%의 소급적용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이에 따라 현행 대부업법에 소급 적용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만큼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난 9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습니다. 유의동 바른정당 위원이 "대부업 이용자 중 95%에 해당하는 사람이 27.9%의 금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대출기간이 1년 미만인 분들은 7.6%에 불과하다"면서 "당장 금리인하 혜택을 받을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희망고문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난달 국감에서도 "운에 따라서 누구는 최고금리 인하 혜택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거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현행 법체계가 소급적용을 일률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업계의 협조를 받는 것이며, 이번에도 최대한 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실무를 추진하는 금융위 관계자들은 난감한 기색입니다. 법적으로 금리인하를 소급할 근거는 없는데,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기 때문이죠. 결국 금융위는 대부업체 등의 최고금리 인하 실적을 보고 24%를 넘는 금리 취급 비율이 많은 대부업체 등은 집중 점검한다는 보완책을 발표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 것은 과거 국회에서 결정이 났던 것으로 금융위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특히 이번 최고금리 인하는 대부업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대부업법에도 근거가 명시되지 않은 소급적용을 할 수는 없고 최대한 업계가 협조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