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차기 의장 인선도 결정적 변수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비둘기파 출구전략에 유로화가 하락 압박에 시달렸다.
자산 매입 축소 기대로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두 자릿수의 랠리를 펼친 유로화가 추세적인 전환을 이룬 것인가를 놓고 월가 투자자들이 고심하는 모습이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 |
유로화가 랠리를 연출하면서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 대비 패러티(등가)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강세론자들의 목소리가 주춤한 상황이다.
26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1% 이상 급락했다. ECB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전 강보합에서 움직였던 유로화는 성명서가 공개된 이후 하락 반전, 낙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ECB 정책자들이 시장의 예상대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했지만 만기를 연장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유로화에 대한 ‘팔자’에 무게가 실렸다.
유로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1% 이상 떨어졌고,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0.5% 가량 하락했다.
코메르츠 방크의 투 란 응옌 외환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에서 “유로화 하락은 ECB의 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은 강한 매파 기조의 정책 결정을 예상했다”고 전했다.
이날 유로화의 급락이 단기적인 움직임인지 아니면 추세적인 전환인지를 놓고 투자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지거래자들의 유로화 순매수 포지션은 최근 들어 완만하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30억달러를 상회, 최근 수년간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다.
유로화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랭할 경우 순매수 포지션이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하락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외환 전략가는 이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 결과는 비둘기파의 승리였다”며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유로화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전했다.
코메르츠방크도 투자 보고서를 통해 유로화 하락이 단기 움직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 유로/달러 전망치인 1.20달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ABN암로의 닉 쿠니스 리서치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ECB의 자산 매입이 2018년까지 지속되는 한편 금리인상이 2019년까지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로화 약세에 무게를 뒀다.
향후 유로/달러 향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지명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웰스 파고 펀드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재닛 옐런 의장은 대표적인 비둘기파에 해당하고 그가 연준을 떠나면 향후 정책 기조가 매파로 기울 여지가 높다”고 내다봤다.
유력 후보가 제롬 파월 연준 이사와 존 테일러 스탠포드 대학 교수로 좁혀진 가운데 이날 옐런 의장은 재임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ECB는 내년 1월부터 월600 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월 300억달러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내년 3월로 예정됐던 자산 매입 만료 시한을 9월까지 연장하고, 필요한 경우 이후까지 매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기가 호전되고 있지만 여전히 통화완화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